무엇이 깊은 잠의 나를 깨웠을까


세상의 온갖 시름들이 흘러와 몸을 부리는 바다, 그 잔잔한 파도의 끝자락에 서서 발끝으로 밀려오는 당신을 본다. 바다 속 깊이 가라앉은 내 오랜 슬픔도 잠에서 깨어 수면 위로 오른다. 거친 바람의 정처를 꿈꾸던 시절과 그 어리석음과 당신의 숨소리마저 잊고 살아온 천년의 세월이 아련하다.


무엇이 깊은 잠의 나를 깨웠을까. 하얗게 머리가 세어 이승의 외로움도 깊은데 아직도 버리지 못한 무엇이 있어 당신을 호명하게 했을까. 이슬이 내린 바닷가 풀숲을 걸으며 아련한 안개 속 수평의 경계를 더듬는다. 오랜 기억들이 스쳐지나가고 다시 또 당신을 만나면 통속할 수는 있는 것인가.


 

 


박두규
시인. 현재‘한국작가회의’이사.
‘지리산人’편집인.
‘국시모 지리산사람들’대표.
‘생명평화결사’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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