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름다운가게' 김주연 전남본부장

 

지난해 ‘아름다운가게’는 전국 432개 기관과 7620명에게 총 41.1억 원을 나누어 주었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해 어엿한 청년이 된 ‘아름다운가게’가 10월 17일 기념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2005년부터 순천에서 ‘아름다운가게’를 시작한 김주연 전남 본부장(사진)을 만나 그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 재활용 문화가 확산되어 뿌듯하다는 김주연 전남본부장.

▶ 지난 8월 10일에 순천, 여수, 광양을 책임지는 ‘아름다운가게’ 전남본부장이 되셨습니다. 무슨 일을 하시나요?
‘아름다운가게’는 재활용품 가게의 선두주자입니다. 다른 재활용품 가게의 ‘Mother NGO’의 역할을 비롯해서, 재활용품을 판매해서 남는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일을 합니다. 나아가 매장 공간을 통해 사회문화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눔운동, 나눔교육, 활동가 양성, 재활용 문화의 확산, 공정무역의 확대, 사회적 경제 영역의 전파 등의 일이지요.
 

▶ 2005년부터 순천에서 활동하셨는데요,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죠?
‘아름다운가게’가 전국에서 38번째로 순천에 2005년 1월 27일 개점했는데요, 지금은 전국 120개 가게가 있습니다. 그때는 서울과 유기적인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본부에서 교육을 받은 후에 저 혼자 내려와서 사무실은 물론이고 비품까지 알아서 구하라는 식이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때 제가 하나만 알려 달라 했어요. “누구를 만날까요?”라고. 그래서 알게 된 분이 박소정 선생님입니다. 정말 큰 힘이 되어주셨죠. 그리고 매장을 연 후 처음에는 ‘재활용 옷을 사가는 것이 부끄럽다.’는 분도 많았고, ‘재활용 매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지...’하는 마음을 가진 분도 있었지요. 지금은 아시는 분들이 같이 오셔서 구입하시고 소개도 하십니다. 재활용 문화가 확산되어 뿌듯하고요, 지금까지 5억 원을 나누었습니다.

 

▲ '아름다운 가게'  순천중앙점 내부 모습. 중앙동 광주은행 맞은편 위치.

▶ 13년 동안 한길만 걸으셨네요. 감회가 남다르겠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기증품을 판매해서 기부금으로 전환하는 역할인데요, 자원봉사자님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죠. 예전에는 어떤 분이 개인사정으로 그만둔다고 하실 때, 집에 가서 ‘내가 어떤 문제가 있나...’ 싶어 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고마운 것은 사회에 도움을 주는 직업을 얻었고, 따뜻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활동천사들과 함께

제가 장점이 없어요. 얼굴이 잘나길 했나, 몸매가 날씬하길 하나, 머리가 뛰어나길 하나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어요.
 

하지만 저는 열정이 있습니다. 열정, 그 하나만 가지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2번 크게 아팠습니다. 근무 중에 갑자기 안면마비가 와서 혼이 났었고요, 또 6년 전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눔에 대한 열정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 가족들은 어떤가요?
남편이 적극 도와주죠. 처음에는 상근자 한 명 없이 저 혼자 모든 것을 다 해야 했기 때문에, 남편이 트럭도 운전해주고, 짐도 운반하고, 아이도 키워주고 정말 많이 도와주죠. 또 야근과 출장이 잦아도 이해해줍니다.

처음 순천에서 가게를 열 때 큰 아들이 6살이었어요. 어린이집을 같이 다니던 튀김집에 아이를 맡겨두기도 하고, 앞집에 맡겨두기도 했지요. 소풍 가면 그 집에서 김밥 다 싸주셨죠. 앞집 아주머니는 이제 10년째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 든든한 가족과 함께

지금 큰 아들이 고3이고, 딸이 고1이에요.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아름다운가게’ 나왔다면서 으쓱할 때에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학교에 나눔교육, 공정무역 교육 등을 하러 가면 뿌듯하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5월 5일 어린이날을 챙겨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인정하는 ‘자랑스런 엄마’에요. 고맙지요.

▶ 앞으로 어떤 일에 마음을 쓸 건가요?
올해 처음으로 ‘테마배분’이라는 일을 시작했어요. 전문 배분기관은 아니지만, 다른 기관에서 할 수 없는 배분을 찾으려는 시도입니다. ‘순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배분이 뭘까?’하고 찾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올해에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이라는 테마를 정해서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도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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