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8,9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다르게 '생각'하기

생명체와 무생명,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뭘까? 다시 말하면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과의 차이가 뭘까? 쉽게 생각해봐. 살아있다는 건 말이다, 끊임없이 바뀐다는 뜻이야. 고정돼있지 않아. 너희들 몸도 지금 계속 바뀌고 있어. 알고 있지? 지금 한결이 너는 어제의 한결이가 아니야. 저녁때도 지금의 한결이가 아닐거야. 이게 한평생 죽 가. 나고 자라서 늙어서 죽는 동안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라져. 그게 사람이야.

근데 가만히 있어가지고 되는 건 아니야. 살아있다는 것은 뭔가를 계속 주고받는다는 얘기지. 너희들 밥 먹잖아. 밥 먹고 똥 싸고. 그러지 않으면 죽잖아. 그건 뭐냐면 나와 바깥의 것과 끊임없이 뭔가를 주고받는다는 얘기야. 그게 살아있는 거야.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바뀌어야 해. 안 바뀔 수가 없어. 문제는 어떻게 바뀌느냐, 요게 문제야. 왜냐하면 이것은 지금 내가 뭘 원하느냐, 이런 것에 따라 달라지는거야. 이왕 바뀔 것 아름답고 멋있게 바뀌는게 우리 숙제야.

다훈이 엄마가 아무리 다훈이를 사랑해도 엄마가 대신 살아줄 수 없잖아. 네 삶은 네가 살 수밖에, 만들어갈 수밖에 없어. 그래서 생각을 잘 하라는거야. 왜냐면 생각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야. 짐승하고 사람하고 다른 거 많이 얘기하지만 그중에 사람은 머리가지고 생각을 할 수 있어. 개들도 짐승들도 무서운 것 좋은 것 나쁜 것 정도는 알아. 그러나 옛날 일을 기억하고 그 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못해.

아프리카에서 사자가 사슴 잡아먹는 필름 본 적 있지? 어린 사슴이 도망가는데 사자가 따라가잖아. 보통 30%밖에 성공 못한대. 나머지 70%는 사자가 사냥을 못하는거야. 그 얘긴 도망간 놈이 이겼다는거야. 쫓아간 놈이 졌어. 근데 재밌는 것은, 쫓아가던 사자가 포기하면 도망가던 어린 사슴은 어떻게 해? 게임이 끝나고 위험이 사라지자 바로 풀을 뜯어먹어. 참, 기가 막히지. 사람은 그게 잘 안되지. 계속 경계할거야. 그게 뭐냐 하면 고무줄을 잡아당겼다 놓으면 돌아가잖아. 원래상태대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대. 풀 뜯어먹다가 도망갔는데 더 이상 도망갈 이유가 없어졌어. 그러면 곧바로 다시 풀을 뜯어먹는거야. 짐승들은 그만큼 지나간 걸 깊이 기억하거나 그걸로 미래를 대처하진 못해.

그런데 사람들은 지난날을 기억하고 그것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 그 대신 그것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들을 많이 하긴 해. 그치만 그게 인간이야. 할아버지 얘기는 그냥 머리를 달고만 다니지 말고, 뭔가 생각을 하란 얘기야.

할아버지가 오늘 새벽에 책을 하나 읽었어. 거기에 이런 얘기가 있더라.
오븐에다가 빵을 넣고 굽잖아. 지금은 가스로 불을 때지만 옛날엔 장작을 땠어. 나무를 넣고 열을 가해. 그러면 반죽이 빵이 되잖아. 열을 가하면 그 열에 의해서 빵이 된단 말이야. 반죽된 빵을 먹을 순 없지? 푹 익으면 먹을 수 있지?

선생이 물어. 빵이 언제 빵이 되는가? 빵은 빵인데 언제 빵으로 되는가? 질문하는데 제자가 대답하기를, 푹 익으면 빵이 됩니다. 맞지? 그니까 선생이 아니다, 그래. 그러면 언제 빵이 됩니까? 물으니까 배고픈 사람 손에 쥐어졌을 때 빵이 된다. 그게 선생의 대답이야. 배고픈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그때 비로소 빵이다. 아무리 잘 된 빵이라 하더라도 배부른 사람한테는 그건 빵이 아니지.

똑같은 생각을 머리로 생각하는데 선생님과 제자의 생각이 좀 다르잖니? 할아버지가 얘기하고 싶은 건 다르게 생각하는거야. 그런 것을 평소에 늘 훈련하지 않으면 잘 안돼. 왜냐면 우리 머리는 판에 박힌 생각을 너무 잘하고 있어.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판에 박힌 생각이 있어. 그 생각으로 살아가. 그럼 내 삶을 창조해내지 못해. 엉뚱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재밌는 일을 많이 하는거야. 그건 어렸을 때부터 훈련해야 해. 그래서 너희는 생각들을 잘 했으면 좋겠다.

정리: 이재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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