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
    똑소리닷컴 운영자

“일제 강점 바로 이듬해, 한 생원은 나머지 논 일곱 마지기도 불가불 팔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었다. 마침 일본인 요시카와가 인근의 땅을 시세보다 갑절이나 더 주고 산다기에, 그 돈이면 빚도 갚고 남은 돈으로 다른 논을 사리라 생각하고 모두 팔았다. 그러나 이미 부근 땅값을 올려놓았기 때문에 빚만 갚고 논은 살 수가 없었다.”

‘여수밤바다’가 노다지
지금 여수시민은 일제강점기 한생원과 똑같다. 자고 일어나면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여수밤바다’로 알려지면서 아름다운 여수 바다의 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종화동 해양공원 근처는 3.3㎡(1평)에 1,500만원 주고도 땅을 살 수가 없다. 웬만한 건물은 10억 원을 넘는다. 한 마디로 미쳤다.

이곳뿐만 아니다. 바다가 보이는 돌산과 봉산동, 중앙동, 교동, 남산동의 땅값은 부르는 것이 값이고,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되고 있다. 덩달아서 그 밖의 여수의 곳곳의 땅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 안면도보다 아름답다던 돌산, 수산자원보전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산을 깎고 숲을 없애 펜션을 짓고 있다.

‘떳다방’에 놀아나는 아파트 투기
그뿐이 아니다. 여수시내 신규 아파트 분양에 있어서 매매 차익을 노리는 현상까지 생겼다. 이를 여수시가 개발한 웅천택지가 선도하고 있다. 7층 콘도가 들어서야 할 매립지에 여수시가 도시계획을 변경해줘서 29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부추겼다. 심지어 여수시가 인근 아파트 시세를 고려해서 최고 분양가를 책정해 준 결과이다.

거주자가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를 노려 투자하라는 수도권에서나 보던 ‘떳다방’까지 등장했다. 잔금도 치르기 전에 벌써 5천만 원을 받고 넘겼다는 말까지 나돈다. 재개발이 아닌 주택조합을 만들어서 짓는가 하면 주택조합 때문에 살인사건까지 생겼다.

여수에서는 아파트만 지으면 일확천금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다. 싼 땅을 노리다보니 난개발은 필수품이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은 간데없는 박람회장
정부까지 나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희망이었던 박람회장이 사후 활용 본질에 어긋나는 땅 팔기에 바쁘다. 박람회 주제와 관련 정체성을 갖추기는커녕 팔수만 있다면 무조건 팔아서 정부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한다.

박람회장 노른자위 부지에 분양형 호텔 공사를 2군데나 하고 있다. 이미 제주와 서울, 인천 등에서 위험한 투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정부가 인정하는 박람회장에서 멋진 여수항을 배경으로 들어서고 있다.

심지어는 아파트 광풍이 박람회장 부지도 예외가 아니다. 박람회 종사자 숙소였던 아파트뿐만 아니라 부지에 빽빽하게 고층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박람회장 안 부지를 매각 입찰을 앞두고 40층 아파트 공사 업체가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땅값 올랐다고 좋아해서야
앞의 1948년 채만식의 소설 ‘논 이야기’가 말한다. 외지 투기 자본이 여수의 땅을 놓고 ‘땅 따먹기’를 하고 있다. 비싼 값에 내 땅을 팔아서 목돈이 생겼지만, 그 돈으로 건물이나 땅,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이미 시장의 가격을 올려놓았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일제 대신 자본가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보다 여수는 부동산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그럴싸한 논리는 말장난이다. 바로 비싼 주거비에 젊은이가 여수를 떠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예견하고 제도적으로 막아야 할 여수시는 지방세가 늘어났다고 자랑질 한다. 잦은 부동산 거래로 취득세, 등록세, 거래세, 재산세 등이 늘어났다. 그래서 세금 걷는 부서를 2개 과로 늘렸다.

제발 우리 모두 ‘땅 따먹기’ 놀음에 벗어나서, 그 옛날 인심 좋았던 사람 사는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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