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계수 
    달나무농장 대표

이달 6일과 7일 경북 성주에서 경찰이 사드 장비 반입을 저지하려는 주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사드의 ‘임시배치’(얼마나 기만적인 용어인가)를 완료한 후 지난 19일 재독 망명가로 알려진 조영삼씨가 사드 반대를 외치며 분신·사망했다. 새 정부 들어 정부 정책에 항의하며 분신·사망한 첫 번째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아래서는 일어나리라고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사망한 조씨는 유서에서 “사드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전쟁 위험만 가중시킬 것”이라며“저의 산화가 사드 철회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방울이나마 좋은 결과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민족의 운명은 우리민족끼리 합심해 짊어지고 간다는 정신으로   남북 대화의 장에 나서라”고 썼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응해서 이뤄지고 있는 정부의 반응을 두고 우리 사회에서는 다시금 극심한 국론 분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민단체를 포함한 소위‘진보’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을 배신하고 국민의 안전을 핑계로 미국에 속절없이 굴복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야당과 보수 언론에서는 북핵에 맞서 사드는 물론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자체 핵무장까지 거론하기도 한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는 인사도 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대통령이 미국의 최첨단 무기 구입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있고 북한의 잠수함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에 있었던 이라크 파병 상황을 연상케 한다. 당시 북한이 핵개발을 국제사회에 시인하자 미국의 부시 정권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부르며 선제공격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우리정부에 파병을 요청했다. 6자회담을 북한의 핵개발로 촉발된 한반도의 대결과 긴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본 노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응해 우여곡절 끝에 파병동의안의 국회 의결을 거쳐 건설·의료지원단을 파견하고 1년 후 전투병까지 파견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6자회담을 성사시킨다. 노무현 정부가 역사상 가장 정의롭지 못한 전쟁에 참여했다는 비판 속에서 궁극적으로는 실패의 길을 걷게 된 서막이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상황과 현 상황의 구도는 미국의 요구 사항만 다를 뿐 판에 박은 듯 닮아 있지만, 전쟁 가능성과 긴박성은 훨씬 고조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 결정의 핵심적 담당자였다. 그러나 북핵과 사드 문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과연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 위해 반대하는 현지 주민을 공권력으로 강제 해산하는 과정은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문제에서 보여준 이전 정부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국민적 합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의 보복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전시작전권 포기, 제주해군기지 건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 속으로 더욱 긴밀하게 편입되는 과정이다. 군사동맹이 강화될수록 장막 뒤에서 미국의 군사기업과 일본의 극우정권은 웃고 있겠지만 우리 민족의 생명과 안전은 백척간두를 탄다. 그 속에는 긴장과 대결, 항구적인 전쟁 위험만 있을 뿐이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대화나 지원을 제의하는 것은 북한의 어떠한 관심도 끌지 못할 것이다. 남북간에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 비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의지마저  약해지지 않았는지 참여정부 5년을 꼼꼼하게 복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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