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YMCA 사무총장

▲ 이상훈

지난 2월,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찾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후보의 일성은 현재의 박람회장 매각정책을 재검토해 새로운 활성화방안을 다시 찾겠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참여정부가 국토균형발전과 남해안시대를 여는 한 전기로 삼고자 공을 들여 유치했는데, 이명박 박근혜정부가 이런 취지를 깡그리 무시하고 마치 전임정부 치적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매각과 청산에만 몰두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본래의 여수세계박람회정신과 철학에 부합하는 사후활용방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였다.

20년을 오롯이 세계박람회의 유치와 개최, 그리고 사후활용성공에 몰두해온 여수는 물론 남해안지역 시민들은 문재인 후보의 약속에 크게 환호하고 지지로서 화답했다. 대통령 당선 후에는 ‘광화문1번가’에 이 약속을 상기해 반드시 국가정책으로 실천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문재인정부 출범 후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이와 관련한 메아리는 아직 없다. 각료구성으로부터 북한핵문제, 시급한 적폐청산과 새로운 기틀 짜기 등 당면한 현안이 얼마나 위중하고 긴박한지는 잘 알지만 그래도 자꾸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것을 지역민들은 감출 수가 없다. 그간 얼마나 말의 성찬과 장밋빛 약속에 속아왔던가. 남해안 국제해양관광 및 마이스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용 그림은 뱀 꼬리가 되었고, 기후변화해법을 찾아 전 세계에 제시하겠다던 국제적 약속은 국제적 거짓말이 되었다. 마침내는 있는 부지와 시설 모두 팔아치워 정부선투자금 회수하고 청산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지역민들의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이제 그 배신감은 희망으로 다시 변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의 여수박람회에 대한 각별한 감회와 그에 따른 약속이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정부라면 올림픽, 월드컵에 버금가는 세계박람회의 성과를 이렇게 무질러버릴 수는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여수세계박람회를 희망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먼저 박람회장 사후활용특별법을 개정해 매각일변도 정책에서 박람회정신과 주제에 맞는 사후활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선투자금을 회수가 아닌 재투자개념의 무상양여금으로 전환해 현재 방치되다시피 한 여수박람회장을 남해안권 국제해양관광 및 남중권 마이스 거점시설로 육성해야 한다.

박람회장에 국제컨벤션센터를 만들어 국제회의복합지구지정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해양 및 기후변화주제로 컨벤션 및 관련 산업전시회 유치 운영을 통해 기후변화의 해법 제시라는 여수박람회의 국제적 약속 실현을 할 수 있다. 특히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를 여수박람회 정신과 연계해 유치, 개최하는 것이야말로 박람회유산인 ‘여수선언’과 ‘여수프로젝트’의 정점이 될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운영예산을 중단하겠다는 전 정부의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위에 제시한 시설인프라가 구축되면 빅오, 디지털갤러리, 주제관, 스카이타워 등 특화시설 공공운영 등을 통해 얼마든지 활성화할 수 있다. 안정적인 자립체계를 만든 후 지방정부양여와 같은 방식으로 정부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의 주제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다. 3개월 시끌벅적한 행사로 이뤄낼 수 없는 생명 근원적 가치의 주제다. 나아가 요원하다 하여 외면할 수도 없는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수박람회장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건강하게 숨을 쉴 수 있도록 주제 가치에 맞는 사후활용이 지속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년 전 약속도 살아 숨 쉬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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