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전 문재혁(가명)이라고 합니다. 요즘에 한 친구가 자꾸 떠올라요. 그 친구는 중 3때 우리반 왕따였어요. 키가 훌쩍 큰 아이였는데, 언제나 얼굴을 숙이고 어깨를 구부리고 다녔어요. 말이 별로 없는데다가 공부도 못했고 지저분하기까지 해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어요. 처음엔 별로 관심도 없었지만, 나중에는 다른 친구들처럼 그 친구를 놀리고 무시하기도 했어요. 남들이 하니까 그냥 재미삼아 한 일이었어요.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놀림을 당하는 것은 다 그 친구의 행동탓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지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한 동안 그 친구를 잊고 살았어요. 제가 따돌림을 받기 전까지는요. 비록 오해가 풀리고 괜찮아졌지만, 그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누군가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더 빨리 해결할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고 답답했을지, 내가 무슨 짓을 했었는지를 그때서야 알 수 있었어요. 그 친구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사과하고 싶어요.

이러면 어떨까요

자신이 겪지 않은 일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죠. ‘열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직접 경험해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재혁님도 그런 경험을 해 보았네요. 힘들었지만 잘 이겨내고 귀중한 교훈도 얻었다니 다행이네요. 직접 겪어 보니까 많이 힘들었죠? 그 상황에서 자신을 해명하거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다는 것도 알았을 거예요. 친구에게 무심하게 했던 일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인지 알게 된 것이죠.

그래도 재혁님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네요. 자신을 따돌렸던 친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우선 자신이 잘못했던 기억을 떠올렸으니까요. 잊고 싶은 이야기를 용기있게 하고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려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은 자신이 했던 일은 정당화시키고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서는 울분을 못참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겠다고도 하고 만만한 상대를 찾아 자신이 당한 만큼 화풀이를 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잘못된 방법이지만 생각처럼 자신의 허물을 먼저 보기란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사실 여러 사람과 같이 지내다 보면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도 보게 됩니다. 때론 싸우기도 하고 그 사람을 자신의 관심 밖으로 돌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왕따’는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한 사람과 그 밖의 여러 사람간에 생기는 일이지요. 그저 개인간에 있던 일이라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 사귈 수 있는 기회도 있고 적어도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같은 사회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사람을 따돌린다면 문제는 다르겠지요. 생활자체가 힘들어지는 거니까요. 게다가 보통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 경우가 많지요. 그 친구들 누구도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겁니다. 자신도 그런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겠지요. 만약 따돌림을 받는 사람의 심정을 한번만이라고 상상해 본다면 다른 사람이 그런다고 해서 나도 함께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나 상대적으로 강한 집단이 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비겁하고 끔직한 일이지요.

다시 누군가를 따돌리는 상황을 보게 된다면 용기있게 나서서 그 친구의 손을 잡아 주세요. 그 친구에게는 재혁님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큰 위안이 될 거예요. 그리고 한사람을 따돌리는 다수에게 말하세요. 이 일이 얼마나 비겁하고 무서운 짓인지 말이에요. 아무 것도 보지 않은 것처럼 모른 척하거나, 생각없이 남을 따라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도 말해주세요. 아픈 만큼 성숙하고 용기있는 재혁님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랍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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