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수납의 시작은 버리기
 

▲ 한창진
    똑소리닷컴 운영자

아내가 정리 수납 강사를 3년 넘게 하고 있다. 서당개 3년과 같이 나 역시 정리 수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정리 수납의 기본은 버리기에서 시작한다. 버린다는 것은 물건이지만 마음을 버릴 수 있어야 물건도 버려진다. 처음 버릴 때는 아까운 생각이 들지만 나중에는 홀가분하다.

각자 개인에게 있어서 지금 당장 시급하게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일까? 결정이 쉽지 않다.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물건이 언젠가는 쓰일 것이라는 효용 가치의 문제이고, 자신과의 관계라는 인연의 문제이다. 지금은 버릴 수 없어도 버려야 하는 순간에 보면 다 버릴 것들이다.

어차피 나중에 버릴 것이라면 지금 누군가 필요하고, 그 가치가 있을 때 버리면 꼭 필요한 사람이 사지 않고 가져다 쓸 수 있다. 물건의 순환이고 재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버리는 것이 꼭 손해라고 볼 수 없다. 조금 생각을 바꾸면 남에게 인심을 쓸 수 있다.
 

이웃 관계 멀어지게 한 냉장고

아로니아 따기 체험을 통해 생긴 아로니아를 아내는 이웃집에 나눈다. ‘몸에 좋다고 하는데 우리가 두고두고 먹으면 좋을 텐데’하는 욕심이 생긴다. 냉장고가 한 대뿐인 우리 집에서는 넣어둘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두말없이 나눠 먹으니까 좋은 소리를 듣는다.

이와 같이 먹을 것이 생기면 옛날에는 서로 이웃끼리 나눠 먹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나눠 먹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웃집에 갈 일이 생기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하니 그 때가 바로 냉장고가 생겼을 때이다. 집에 전기가 들어오고 냉장고가 생기면서 신기하게도 냉동실과 냉장실에 음식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언젠가 먹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넣어두었다. 그러나, 외식이 많아 집에서 음식 장만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또, 음식재료를 구분하지 않고 넣어두어서 찾기가 쉽지 않고, 무엇을 넣어두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유효 기간이 지났고, 상해서 어쩔 수 없이 버린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남 주기에는 더더욱 아까웠던 음식물들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아니면 냉장고를 몇 개씩이나 사서 쟁기기에 바쁘다. 이런 마음속에 갈수록 냉장고 용량은 커지고 고급화되어 비싸진다. 냉장고가 대형화되고 늘어날수록 이웃과 서로 나눠먹는 풍습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냉장고만 키우는 여수·순천·광양

과거에는 서로 도시마다 잘 하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어느 도시나 모든 것이 자급자족(?)하면서 그 도시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 이웃 도시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공무원부터 이웃 도시에서 배우려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각자 냉장고를 키울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먼저 버린다. ‘공유냉장고’를 만들어 많이 있는 것은 서로 나눠 쓰고, 없는 것은 서로 빌려 쓴다. 그렇게 하면 효용성이 낮은 사업이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남긴 예산은 기본 소득, 청년 수당과 같이 패자부활전에 쓴다.

‘공유냉장고’ 어떤 것이 있을까? 바다를 끼고 있는 3개 도시가 여름철 해양축제를 같이 추진한다. 전국에 같이 홍보를 하면, 비용은 적게 들이고 효과는 극대화 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남쪽 바다에서 흠뻑 취하는 남도의 맛과 멋’을 주제로 4계절마다 이벤트 행사를 펼쳐 전국의 여행 마니아를 불러 모을 수 있다.

시립 문화예술 단체도 도시마다 다른 콘텐츠로 운영한다. 여수는 오케스트라, 순천은 합창단, 광양은 국악단, 무용단, 뮤지컬단 등을 만든다. 각각의 도시를 돌며 협연을 하면 수준도 높이고, 세계적인 지휘자 또는 음악가를 초청하여 수준 높은 공연을 할 수 있다.

조그만 도시가 무조건 자족 도시 만들려 하지 말고, 이웃 도시의 도움을 받아 효과를 높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약화되는 지방 도시가 사는 길이다. 그것이 바로 도시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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