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 5개월만에 순천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통과
7/24, 순천시의회 제215회 임시회, 본회의 상정도 못해!

‘순천시 청소년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이하,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찬반 양측의 의견 대립 속에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순천시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여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조례안-1조)으로 하는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지난 2월 28일 순천시의회 유영갑 의원 등 9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본지 기획위원회에서는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둘러싼 지난 7개월간의 과정을 살펴보고, 조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2016년 12월 순천시가 입법 예고했으나, 일부 기독교단체와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어 2017년 2월 의원 발의로 입법 예고된 후 해당 상임위원회(문화경제위원회)에서 심의, 의결도 하지 못한 채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공청회(4월), 조례 촉구 기자회견(5월), 찬반 단체별 간담회(6월) 등이 진행되었다.

4월 7일 문화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린 시민공청회에서는 찬반 양측의 의견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 4월 7일, 오후 2시,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민공청회



좌편향적 이념교육, 반기업 정서를 심고, 경영권보다 노동권 부각

공청회에 반대 측 패널로 참석한 바른교육학부모연합 김종학 대표는 “‘노동인권’이라는 용어는 헌법 및 법률, 국제인권조약에 반하는 편향적 해석으로 용어 자체가 부당하다.”며 “경영권보다는 노동권을 부각시키고 청소년기에 반기업정서를 심어주는 좌편향교육 등에 시민 세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소상공인중앙회 광주전남본부 고인석 부장 역시 “일할 때는 경영자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데 다른 교육을 받게 되면 경영권이 상당히 훼손된다.”며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현행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으로 충분히 보호 가능하므로 조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노동자 상당수 근로기준법 보호 못 받아, 노동인권교육도 절실

이에 대해 찬성 측 패널로 참석한 순천공고 양인아 교사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생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 반 학생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법이 있지만 사업주들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경우도 많고, 학교에서의 노동교육도 극히 미미하다.”며 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철호 변호사(법무법인 맥)는 “인권은 인간의 모든 영역에서 보장되며, 노동의 영역에서 나타난 인권의 구체적인 모습이 ‘노동 인권’이다. ‘노동 인권’이라는 용어는 ‘노동에 관한’ 혹은 ‘노동자가 가지는’ 인권 또는 기본적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헌법에 따른 개념이므로 용어 자체의 부당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청소년 노동은 평가 절하되거나 취약한 노동조건 하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보호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조례를 반대하는 순천기독교총연합회(회장 공학섭 목사. 이하 순기총) 소속 패널은 공식적으로 참석하지 않았고, 문화경제위원회 소속 시의원들도 대다수 참여하지 않았다.
 

전라남도 등 전국 23개 지자체,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

전국적으로 23개 광역시도 및 지자체에서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제정했고, 올해 들어 서울시 강남구(4월)와 부산시 중구(5월)에서도 조례가 제정되었다.

전남지역은 2015년 12월에 ‘전라남도 청소년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가 제정되어 ‘전남도청 청소년노동인권상담소’가 설치·운영되고 있고, 2016년에서는 목포시(7월), 여수시(10월)에서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목포시는 조례에 근거하여 올해 8월부터 ‘목포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순천기독교총연합회가 조례를 막아선 이유는?

지난해 12월 인천시의회에서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제정하려 했으나 인천지역 보수기독교단체의 반발로 상임위 의결조차 되지 못했으며, 대구에서도 올해 기독교단체, 중소상공인단체 등의 반대로 조례가 부결되었다.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보수기독교단체에서 조례를 막기 위해 인천시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우리나라 인권법 속에는 부도덕한 동성애나 근친상간, 수간 같은 추악한 것을 보장하려는 내용이 숨겨져 있다. 이 조례가 만들어진다면 동성애와 에이즈를 확산시키게 된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한다.

순천시의회 모 의원은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발의된 직후인 지난 3월 교회 목사님한테서 청소년노동인권조례에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 조례가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며 “낙선운동까지 이야기하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7월 21일 문화경제위원회에서 표결 끝에 조례가 통과된 이후에도 지역구가 아닌 목사로부터 조례가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순천 역시 순기총(회장 공학섭)이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상위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수년째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 5월 18일, 오전 11시, 순천시청 현관 앞에서 진행한‘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 촉구’순천지역 노동·인권· 교육·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이 날 기자회견에는 54개 단체가 함께 했으며, 순천지역 청(소)년 1,196명과 순천시민 637명도 서명을 통해 조례제정을 촉구했다.

촛불혁명의 주인공! 청소년 노동인권은 나중에?

지난 6월 21일 오전 10시 순천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는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피켓팅이 있었다.

순천환경운동연합 김효승 상임의장은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어디에도 순기총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동성애자를 옹호하는 조항이 없다. 노동법이 있어도 보호받는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지자체가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피켓팅을 함께 한 청소년은 “지난겨울 촛불집회 때 학생들이 한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했는데, 정권이 바뀐 뒤에는 청소년노동인권 현실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며 “선거권이 없으니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6월 7일 순천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와 조례 찬성단체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하늘씨앗교회 최성진 목사는 “‘순기총’의 주장이 순천지역 모든 기독교계의 입장은 아니며, 청소년노동인권조례에 대한 순기총의 입장은 소수 몇몇 교회의 목소리”에 불과하다며, “일부 목사들의 과도한 압박에 굴하지 말고, 순천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시의원들의 소신 있는 판단과 행동이 아쉽다.”고 말했다.

7월 21일 5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문화경제위원회를 통과한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본회의 심의, 의결이 예정된 7월 24일 결국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순기총 소속 일부 기독교계, 중소상공인연합회 등 조례 반대 단체와 조례 찬성 단체들의 목소리 속에서 갈팡질팡한 순천시의원들은 결국 조례 상정을 다음 회기인 9월 임시회로 넘긴 것이다.
 

▲ 6월 21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순천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6월 26일 무안군 청소년노동인권 조례 제정, 해남군도 준비 중

이렇게 순천에서는 반년 이상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전남지역 군 단위 최초로 무안군에서 6월 26일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해남군도 7월 26일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하반기 내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왜 유독 순천만 이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일까? ‘순천시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청소년이「근로기준법」및「최저임금법」등 관계 법령에 따라 합법적으로 근로계약을 하고 인권친화적 환경에서 근로할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하고, 관련 기관들은 교육·상담·구제활동을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이 조례(안)가 반 년 넘도록 진통을 겪을 만한 내용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지역 청소년들의 건강한 노동환경과 인권보장을 위해 9월 순천시의회 임시회에서 현명한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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