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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너삼 방 터’의 전설
김배선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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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호] 승인 2017.07.24  19: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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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은 남도의 명산으로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는 불교문화의 중심이며, 순천사람의 주요한 삶의 터전이다.
순천시 송광면 출신인 김배선 씨는 약 15년 동안 조계산과 그 주변 마을을 누비면서 주민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현장을 답사한 자료를 토대로,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이 책 주요 내용 중 일부를 김배선 씨의 동의를 받아 순천광장신문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연재한다. 편집국


 

 
김배선 사학자

송광사에는 “너삼 방 터”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이곳은 송광사에서 천자암으로 가는 길 오른편의 조계봉 골짜기 입구(채마 밭 건너편) 인월암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오랜 옛날부터 “판와암”(송광사에서 운영하는, 기와나 가마를 관리 감독하는 암자)이라는 암자가 있었던 곳인데 폐허가 된 터에 1985년 인월암으로 다시 세웠다. 아랫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너삼 방 터”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한 이름이 태어난 사연에는 욕심 많은 부자와 너삼(산삼)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전설을 말하기 전에 먼저 너삼과 방(坊)터란 낱말의 뜻부터 풀어보자.

‘너삼 방 터’란 너삼과 방 그리고 터가 합쳐진 말이다. 너삼은 한약재 풀로서 단 너삼과 쓴 너삼이 있다.

단 너삼이란 사람들이 땀을 많이 흘릴 때 약재로 사용하는 ‘황기’라는 약초의 다른 이름이며 쓴 너삼은 고삼(苦蔘)이라고도 하고 황달 학질 하혈 등의 약재로 쓰이는 여름에 노란 꽃이 피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이 전설에 나오는 너 삼은 ‘단 너삼’으로 추정한다.

다음 ‘방 터’의 방은 한자어로 방(坊) 즉 절이란 뜻이며 여기에 자리라는 우리말 터를 합했으니 절터 또는 암자 터라는 뜻이다. 송광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암자 터를 부를 때 일반적으로 부르는 ×× 암 터라고 부르지 않고 암자의 이름 뒤에 절 坊자를 붙여 ‘보조암 방 터’, ‘동 암 방 터’로 부르는 특성이 있다. 그러니까 ‘옛날 암자(판와암)가 있었던 곳에서 너삼(산삼)과 관련된 전설이 있었다.’하여 ‘너삼 방 터’라 부르게 된 것이다.
 

   
▲ 송광사 인월암(너삼방 터)


오랜 옛날 아랫마을에 사는 욕심 많은 부잣집 머슴이 어느 여름날 이곳으로 풀을 하러 왔는데 그날따라 하도 풀이 많아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손쉽게 풀을 한 짐 가득하여 지게에 지고 집에 도착하여 거름 마당에 부려놓고 몸을 씻고 있자니 때마침 들어오던 주인이 풀 짐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랐다. 머슴이 해온 풀 짐에 산삼 대가 가득한 것을 본 것이다. 뚝 시침을 떼고 나서 다급한 목소리로 머슴을 불러 댔다.  

평상시 주인의 고약한 성미를 아는지라 무슨 일로 심성을 건드렸나 싶어 염두를 굴리며 부랴부랴 대답하고 뛰어갔더니,

“네 이놈! 이 풀 어디서 해 왔느냐?”

하며 눈심지를 세우고는 있었으나, 부대끼며 살아온 느낌으로 볼 때 무슨 속셈인지를 알 수는 없으나 큰 죄를 지은 것 같지는 않으므로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그건 알아 뭐하시게요? 어디라고 말 허먼(하면) 알 수 있는 감요?”
그 주인에 그 머슴이다.

“이놈아! 말하라면 할 것이지, 무슨 놈의 잔소리냐? 고얀 놈 같으니라고”
자신의 과실과는 무관하다는 속내를 어느 정도 읽은 머슴이 주인을 향해 조아렸다 

“여-이 알겠소이다! 저기 저 삼밭 등 모퉁이에 가니 풀이 좋습디다.” 하고
그보다 한참 위쪽 장소를 건성으로 일러 주고는 머슴채로 겅중겅중 걸음을 옮기니 주인이 대통을 들어 올리며 소리를 높였다.

“아직 어른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디로 가느냐?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아. 이놈아 주인이 뭘 물으면 알아듣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 하고 잡아 세웠다.

“그거 다 주인어른 위해서요. 나 풀도 썰어야 하고 할 일이 태산 같으니 바쁜 사람 붙들고 농치지 말고 어르신 할 일이나 하시오. 나 대신 일해 줄 것도 아니면서…….”
하면서 또 몇 걸음을 옮겼다.

“이놈아, 그러지 말고 잠깐 서봐라. 그리고 자세히 좀 말해 보아라.”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

“무슨 일인지 알아야 자세히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요? 말로 해서는 모른다고 하지 않아요?” 이번에는 머슴이 버티는 투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이놈아. 네가 해온 풀 짐을 보니, 내 허리 아픈데 좋다는 약초가 있어서 그런다.”
이렇게 둘러댔다

머슴이 듣고 나서 언뜻 생각기에 여태 주인 허리 아프단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 고개가 갸웃거려졌지만, 별일도 아닌 것 같아 풀 자리를 좀 더 자세히 일러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남몰래 혼자 찾아가려고 궁리했던 주인이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하는 수 없이 머슴을 앞장세우기로 작정을 하고 다시 불렀다.

“여봐라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네가 길잡이를 좀 해줘야 하겠다. 나와서 앞장을 서거라.”

“주인어른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내 할 일이 태산 같은데, 그 풀대 하나만 뽑아 주면 내일 한 짐 캐다드리지요.”
하고 일어날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주인은 점점 안달이 났지만, 하는 수 없이 머슴을 구슬렸다.

“이놈아 내 사정 좀 봐주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느냐? 일은 내가 다른 사람 시킬 것이고 만약 그 풀을 구해서 효험을 보면 반드시 네게 보상을 할 터이니 어서 나서거라.“

이렇게 사정을 하니 못이긴 척 주인을 모시고 길을 나섰다.

산 밑에까지 걸어가는 동안 주인은 자꾸 위치를 확인했다.

골짜기에 들어서자, “너는 여기서 잠깐 기다리거라.” 머슴을 세워두고 주인 혼자 들어갔다.
영문을 모른 머슴은 기분은 썩 좋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주인의 하는 양만 살피는 수밖에 없었다.

머슴이 가리키던 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산삼 이파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놈아 이곳이 정말 맞느냐?”

“아 그렇다니까요.” 대답이 퉁명스럽다.

주인은 다시 주변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산삼은 없고 흔한 너삼만 널려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머슴을 불러올렸다.

“너 이리 올라와 보아라.” 머슴이 뛰어 올라갔다.

“어디 한 번 찾아보아라.”

머슴 눈에도 아까 보았던 풀은 하나도 없고 다른 풀만 가득했다.

도무지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놈아 그 많다던 약초는 다 어디로 갔느냐? 네가 어디 한 번 찾아보아라! 만약 찾지 못하면, 이놈 속인 값을 톡톡히 치를 줄 알아라!”
주인은 화가 잔뜩 올라있었다.

주인으로부터 은근히 보상을 기대했던 머슴 역시 실망과 함께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라진 산삼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수 없이 되돌아온 주인은 못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남몰래 가끔 그곳을 찾았다.

그런데 머슴은 이 사실을 사랑방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듣고 의아스럽게 여기던 마을 사람들이 주인의 행동을 살피다가 하루는 혼자 그곳으로 가는 주인을 따라가서 현장을 확인한 뒤 마을로 돌아와서 그 사실을 따져 물었다.

하는 수 없이 주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은 산신령이 머슴을 속인 욕심 많은 주인을 벌주기 위해 산삼을 너 삼으로 바꾸어 버렸으며 그러한 일이 일어난 곳이 암자 터였으므로 그때부터 “너삼 방 터”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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