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 서 있는 남자 - 능평(陵坪)


김회림 : 1972년 순천 서면
           조례동 푸른 태권도 예절관 관장

 

▲ 교육으로 성장하는 나. 나는 아이들이 곁길로 갈 때 나에게서 문제와 답을 찾는다.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말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관장은 태권도 관장님이다.
한 번만 봐도 딱 감이 온다.
듬직한 체격, 진득한 눈매, 질끈 동여맨 허리띠 사이로 이얍 !!
소심한 기자 움찔하게 만드는 매서운 표정.  아! 운동하는 분이구나.
하지만 종잡을 수 없다.
오늘은

▲ 죽도인 줄 알았더니 대금이다. 이미 소리마당동호회에서 활동한지 10여 년이 지났다. 일체유심조 : 음악은 넘치는 힘을 조절해주는 고마운 친구이다.

동글동글 흔들리는 눈동자, 살짝 더듬거리는, 수줍은 목소리
게다가 그의 손에 대금이 들여있다. 어라? 연주하시나?
대금소리가 어느새 나를 대나무밭으로 데려다준다.
연주가 끝나면 급히 서둘러 서실로 향한다.
이제는 먹을 간다. 지켜보니 쓰는 것보다 먹 가는데 더 많은 시간을 주는 것 같다.
새벽에는 텃밭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하루를 시작해서 마무리할 때까지 회림씨가 거쳐 지나가야 할 곳은 많기도 하다. 주먹, 악기, 붓, 호미 타투마냥 그를 따라다니는 이 도구들은 그에게 이름을 주었다.

능평 – 언덕에서 넓은 들을 바라보다.
그는 타고난 기질이 호방해서 두려움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고요한 시골 생활이 오히려 그에게는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어린 나이에 일찍 서울 생활에 도전을 했다. 그다지 어려운 환경도 아니었지만 스스로 학비를 벌었다.

군대보다 지독하기로 알려진 태권도 학과를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나니 서울도 답답해졌다. 항상 더 큰 곳을 찾았기에 미국행을 도전했었다. 무리한 연습으로 태권도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연골파열을 겪게 되었다. 다시 몸을 만들기까지 긴 슬럼프가 찾아왔고 넓은 세상 넓은 곳만 찾던 회림씨는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조용한 순천으로 20여 년 만에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좋다. 결혼도 했다. 사슴 같은 딸을 바랐는데 범 같은 아들이 둘이나 생겼다. 마당이 있는 건물도 생겼다. 지금의 회림씨는 순천을 떠나면서 그렸던 자신의 모습이 하나도 없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살아가는 그! 이제 알았다.
이곳이 넓은 들이라는 것을.
 

▲ 陵坪 (능평) 서당에 훈장님께서 주신 이름이다. 이름처럼 그는 언덕 위에 서있다. 그리고 멀리 넓은 들을 보고 있다.

매일 아침 마당에 나가보면 쭉정이 풀들이 보인다.
하루라도 뽑아내지 않으면 어느새 잡초밭이 되고 만다.
그는 잔디밭에서 자신을 본다고 한다. 불현듯 쑥쑥 올라오는 알맹이 없는 욕심들.
여전히 자신 안에 있는 많은 기운 다스리기 위해 글을 쓰고 연주를 하고 밭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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