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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농사? 글쎄···(2)내가 본 닭과 달걀, 그리고 사람들-16
김계수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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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승인 2013.11.06  23: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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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계수
달나무농장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또 있다.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사료작물을 재배할 수 없기에 가축이 먹는 사료는 주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곡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는 미국의 거대 곡물 자본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거대 곡물 기업은 지역의 생태와 환경을 유지하는 소농을 농촌에서 몰아내는 쪽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다가 사료의 주성분인 옥수수와 밀은 거의 유전자조작 농산물이다. 실제로 사료 포대에 그렇게 쓰여 있다. 거대 자본이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농산물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전에는 그런 표시조차 없었는데,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보면 내가 아무리 닭을 정성들여 키운다 한들 거기에서 생산되는 달걀이 온전히 건전하고 바람직한 식품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닭을 키우면서 옥수수와 밀이 주성분인 사료를 하루에 100kg씩 쓰고 달걀은 약 30kg을 얻는다. 물론 달걀이 사람에게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한다고는 하지만 달걀의 총열량을 계산하면 사료로 쓰인 곡물의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을 부양하는 능력으로 보았을 때 나는 자원을 매우 어리석게 쓰고 있는 셈이다. 양계 뿐 아니라 현대적인 축산 자체가 이렇게 미친 짓이지만 투입과 산출을 돈으로 환산하면 이득이 되기 때문에 닭농사는 제법 합리적이고 현명한 일로 탈바꿈한다. 나는 이것을 돈이 부리는 마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마술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마술이고 오늘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면서도 그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너무 어렵다. 그 어려움은 우리가 현대교육과 의료, 자동차와 같은 자본주의적 소비 생활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사실과 직결되어 있다. 현대인들이 물질적 삶과 관련해서 추구하는 가치는 풍요와 편리라는 두 가지로 수렴된다. 이 두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충성은 너무나 강력한 것이어서 소비 생활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이 두 가치는 오직 화폐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다 많은 화폐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에 몰입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리석음이나 폐해에 대한 고민은 눈앞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방해가 되는 악덕으로 여겨질 뿐이다.

큰 아이가 대학을 다니고 보니 들어가는 돈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닭농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우선 가족과 친지들로부터도 강한 저항과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평균 국민소득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입을 안겨주는 일이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대안이 없는 한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할 것이 뻔하다.

미국에 쉐브론텍사코라고 하는 거대 석유회사가 있다고 한다. 이 회사가 아마존 밀림에서 석유를 채굴하면서 주변 지역에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고급 기술이 있는데도 아주 원시적인 방법을 써서 그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인디오 원주민들의 삶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회사가 원래 사악한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한 일일까. 오늘날 1등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무한경쟁의 상황에서 생존과 시장지배력이라는 지상과제를 두고 일상화된 절박함을 느끼지 않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고급 기술에는 당연히 많은 비용이 들어갈 터인즉 이들은 가능하면 적은 비용으로 수입을 최대화하려고 한 일이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경제 활동에서 짓는 어리석음과 폐해를 정당화하려 한다면 우리는 돈의 마술에 갇혀 있는 셈이고, 또한 우리 마음속에도 작은 쉐브론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마음속의 작은 쉐브론을 정확하게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밖의 커다란 쉐브론도 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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