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고리원전 1호기의 전기 생산을 종료하는 기념식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탈원전 시대의 진입을 선언하였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탈원전을 선언하는 시기였던 지난 이명박 정부 시기에 우리나라는 녹색 성장을 선언했다. 겉으로는 친환경 성장으로 명명하면서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하여 이 내용을 잘 모르는 외국 여러 기관으로부터 찬사까지 듣곤 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분석해보면 전국의 하천바닥을 콘크리트로 덮는 4대강 사업으로 때 이른 더위에 강들은 심한 녹조로 덮여가고 있으며 강 속 생물들도 죽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4대강 사업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녹조현상이 너무 심해져서 ‘녹차라테’에서 더해져 최근에는 ‘잔디 구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순천만에도 거의 20년 전, 한때 골재 채취선이 동천 하구에 세워져 있었고, 일부 구간에서 골재 채취가 실제 이루어졌다. 골재 채취가 이루어진 지역이 지금은 모래로 다시 다 메꿔져 있지만, 지금도 갈대는 자라지 않는다. 흙이 있다고 다 갯벌은 아닌 것이다. 갯벌 속에 사는 미생물을 비롯하여 그 위에 자라고 있는 동식물 등 다양한 생물이 다 함께 이루어진 생태계의 질적인 수준이 정말 중요함을 보여준 사례다.

요즘처럼 가뭄 시기에 4대강의 보를 열어 물을 흘려보내어도 녹조 현상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번 균형이 깨진 생태계를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지 인간의 지식으로는 답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에서 해안가의 쓰나미의 여파로 인간이 더는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원자로가 녹아내리고 여지없이 방사성 물질을 뿜어내는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를 보면서, 전 세계인이 경악하게 되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의 심각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9일 밝힌 탈원전 정책은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의 조속한 폐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설계수명 연장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병행하여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제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여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선언이었다.

물론 에너지는 영어로 power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power는 권력이라고도 해석된다. 불의 발명이 역사를 일으켰듯이 에너지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갖는 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화석에너지는 없지만, 태양 빛과 태양열, 바람 등 자연은 다른 나라들과 똑같이 갖고 있다. 화석에너지는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자연에서 만들어져 집중적으로 저장되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에너지를 자연에서 그대로 얻어서 쓰는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자연히 집중된 곳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분산된 형태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를 분산된 형태로 얻게 된다면 사회도 분산될 것이며 권력도 분산될 것이다. 지역도 권력을 갖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 생산체계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 생산체계가 바뀌면 당연히 소비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소비체계를 바꾸는 것은 정부 정책을 비롯하여 시민 개개인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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