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박종택) 여행기

세계는 넓답니다. 그리고 ‘세계는 한 권의 책과 같은데,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한 권의 책 중에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아우구스티누스).’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굳이 외국 여행일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여행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곳에서 자기 여행기를 읽게 된다면, 여행을 통해 얻은 것만큼이나 가슴이 벅차오를지 모릅니다.


우리나라 여행 안내자들에 대하여
여행의 질과 즐거운 정도를 결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여행 안내자이다. 가이드의 매너, 전문적 지식, 봉사 정신 등이 여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여행은 아주 다행이었다. 처음 출발하는 인천 공항에서부터 끝 날 때까지 줄곧 안내해준 인솔자 유우선님은 경험과 지식, 매너를 고루 갖춘 유능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다. 또한, 런던, 파리, 로마, 베네치아에서 만난 현지 안내자들도 역시 훌륭했다. 

나는 이 방면에 대해서 잘 모른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몇 개의 여행사가 있으며, 전체 안내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른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는 우리나라 여행사나 국외관광업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다.

여행은 누구의 인생에 있어서나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여행사나 관광업이 일정한 수준을 이루는 일도 역시 중요한 일이라고 보겠다.

이와 관련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훌륭하고 능력 있는 안내자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여행사나 관광업 차원에서 이들을 양성하는 기본교육도 있어야겠지만, 특히 일정한 복지 혹은 보수의 보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보수가 주어지는 일은 결국 관광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고, 이것은 또한 수많은 여행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로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관광 여행 매너에 대해서
이번 우리의 인솔자로부터 한국 관광객들의 매너에 대해서 약간 들었다.

한때 한국 관광객들이 머문 호텔에서는 달걀이 동이 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왜 그렇게 달걀을 좋아하는지....... 많이 먹는 것은 좋은데 어떤 경우는 싸서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유료인 물을 그냥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투숙한 호텔에서 심야에 서로 떠드는 경우도 많았다 한다. 버스 좌석을 두고 다투는 경우도 있었단다. 

더 나은 여행을 위해서 몇 가지 안내를 하기도 하였다. 방문하는 각 지방의 유명 특산 차, 음료, 음식을 즐겨보시라. 약간의 팁을 주는 것은 상식이다. 아침에는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출발하자. 나중에 사진에서 멋진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생각해보면, 이상의 지적과 충고는 한국인의 여행 질을 높이고 관광문화를 향상하는 데 다소간 도움이 된다고 보겠다.

안내자는 첫날 영국 런던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 여행 전반에 대한 안내를 해주었다. 소지품을 주의하라는 말, 특히 여권, 핸드폰, 돈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니 꼭 시간을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상당히 어렵고 힘든 여정일 터이니, 불편하고 고생스러워도 그것까지 여행 일부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 맘에 안 드는 일이 있더라도 ‘그러려니’하는 수용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면 여행이 훨씬 즐거워진다고 했다. 여행이 다 끝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매우 적절하고 유용한 지침이었다. 다년간의 경험과 여러 사례에서 얻은 전문가의 지혜였다.
 

▲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근처 광장이다. 이런 성당을 여러 곳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자주 강조 받은 것 하나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자주 반복해서 강조 받은 일이 있다.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여러분, 다음 쉬는 휴게소에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2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야 하니 잊지 말고 화장실을 이용하세요.”

“여러분, 곧 도착하는 식당에는 화장실이 있어요. 우리 말고 다른 팀들도 함께 식사할 것이니 매우 복잡합니다. 식사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시는 것이 좋겠어요.”

“이 광장 주변에는 유료 화장실만 있어요. 그런데 그중에 제일 싼 것은, 저쪽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를 사서 먹으면 영수증을 줍니다. 그 영수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요.”

“이곳 화장실은 한번 이용하는 데 1.5유로입니다. 화장실 입구에는 잔돈을 바꿀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잔돈을 바꾸어서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에 놀랐다. 먼저, 제때에 화장실을 잊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화장실 사용 시에 반드시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먹고 싸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보통 일상에서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단체가 긴 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이 일은 매우 중요하고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일로 변하고 만다.
 

여행에서 가장 많이 본 것: 사람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많이 본 것은 사람들이다. 때마침 여행 성수기여서 우리가 다녀본 대부분의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사람들에 치여서 가고 올 때 서로 밀리고 밀고하였다. 유명한 곳일수록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자, 이들의 외모를 보자. 흰둥이, 검둥이, 황둥이, 중간둥이, 중중간둥이, 남·여·노·소, 빼빼로, 홀쭉이, 보통이, 뚱뚱이, 배우를 능가한 미남 미녀, 보통 사람들, 보기에 미안하게 못생긴 사람들 - 너무도 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 이들의 국적, 종교, 문화, 자연조건, 사회적 계층, 가정 형편 등도 물론 다 다를 것이다. 개인적인 개성, 기질, 취향 등도 다를 것이다.

물론 이들의 옷차림새와 스타일 또한 제각각이었다. 말 그대로 제각각이었으며 모두가 자신을 뽐내고 지나다녔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제일 특징은 바로 다양성이다. 같은 인간인데 서로 너무나 다르다. 같은 사람인 나와 저 사람의 차이는, 개와 기린의 차이보다 더 크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며 활보하고 있다. 물론 각 개인의 심리적인 상태와 행복감 혹은 자존감의 정도 또한 천차만별(千差萬別)일 것이다. 인간은 하나하나가 바로 우주처럼 독특하고 복잡하다. 뭐라 말할 수 없다. 너무 다양한 인간 군상들 앞에서 나는 그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세상에는 왜 이렇게 예쁜 여자들이 많은가? 조금 전 박물관에서 감상한 밀로의 비너스 상이나 벽화에 나타난 여신(女神)들을 능가하는 예쁜 여자들을 곳곳에서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그녀들에게 시선이 한 번은 더 갔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70세를 앞둔 사람으로서 주책이다. 또한, 남자로서 나의 한계다. 각시에게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은 남에서 오나?” 
봄에 들판을 거닐며 봄바람을 쏘이면서 이 노래를 부르면, 우리의 마음은 저 머나먼 곳을 헤맨다.
“아, 저렇게 예쁜 여인들은 어디서 누구랑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미녀들을 눈으로 보는 것은 즐거웠지만, 마음마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또 한 가지. 물론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결국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무수한 사람이 각각 다르게 생겼고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저들과 다르고 나의 처지와 입장도 다르니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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