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근홍
    순천여고 국어교사

한반도의 위기와 변화의 회오리 속에서 ‘문재인정부’가 탄생했다. 아니, ‘촛불 정부’가 출범했다. 개혁세력의 최초의 단독집권인 지금의 정국은 해방 이후의 그 어떤 정치적 사변보다도 혁명적 의미를 가진다. 촛불이 지금까지의 모든 적폐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일구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며, 시기적으로는 국제정세,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급변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메르켈 대통령이 “미국의 시대 끝”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서양 언론들이 사실상 2차 세계대전 후 지난 70년간의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의 종결”을 의미한다고 설레발을 떨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미 일국 패권의 종말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절차로 다만 시간과 다투고 있었을 따름이다. 이보다도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먼 나라 문제가 아니라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한반도의 운명이다.

문재인정부는 북미대화의 주동성을 쥐며 추동해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국제적 세력균형의 중심축에 놓여 있다.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의 최대강국들이 인접되어 있고, 이들의 사활적 이해관계와 세계패권의 향방이 걸려 있다. 이런 까닭에 워싱턴에서는 중·러까지 포함한 전 세계를 몰아쳐서 70년 동안 대북적대전략(악마화, 경제봉쇄, 금융제재, 핵전쟁 위협, 전략적 인내 등)을 실행했으나 유감스럽게도 한계에 봉착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북핵 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미국 내부의 분열이 드러나고 있다. 미 의원들의 일부가 북한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행금지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한편 민주당 미 하원의원들 64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간 직접 대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강·온파들 간에 대북정책을 놓고 대립과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제재와 대화’로 방향성을 잡아가면서 기존정책과의 차별성을 보인다. 병립될 수 없는 ‘제재↔대화’라는 모순이 정책으로 채택된 것은 향후 전개될 대화와 변화의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전술로 일단은 판단된다. 어쨌든 미 국민의 60%가 북미대화를 지지한다고 한다(서울경제 5/24). 때마침 트럼프도 적절한 시점에 북한 문제 해결된다는 데 내기를 걸어도 좋다고 하였다. 중국도 ‘쌍잠정(雙暫停-조선 핵. 미사일 활동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안했고 이는 러시아가 제기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반도평화구상에서 “우리가 주도해 ‘북한의 先행동’ 대신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동시 행동’을 이끌어내겠다.”라고 했다. 획기적 선언이다. 미국에도 더는 대북압박 기제가 없다. 어떠한 제재도 또한 어떠한 다자회담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북핵 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 간의 문제이다. 기타는 형식요건에 불과하다. 우리로서는 정부수립 이후 위기와 동시에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과 조건에서 문 대통령이 자주적 입장으로 남북의 문을 열고, 북미 간의 양극단을 묶을 수 있는 ‘끈’ 역할을 하며 북미대화를 뱃심 있게 추동해나가면 주변 상황을 전변시킬 수 있다.

적폐청산과 민족문제는 하나의 고리이지 대립 명제가 아니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폐단은 근본적으로 민족모순으로부터 표출됐다. 홍준표 후보가 획득한 적잖은 지지율은 분단체제를 깨지 않고서는 친미반북 보수가 어떤 위기에서도 살아나게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속에서 자주로, 비정상에서 정상의 세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촛불 정부에 간절히 기대한다. 문재인정부는 지금의 권력이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근현대사 이후, 선조들의 피와 우리 국민의 한과 소망이 서린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속의 38선이 무너져야 땅 위의 38선도 철폐될 수 있을 것  - 백범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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