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여중 2학년인 가영이라고 해요. 저는 언니만 보면 속이 부글거립니다. 언제부터인가 언니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모두 눈에 거슬려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괜찮은 편이고 엄마 아빠도 언니만 편애해요.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잘난 척하는 꼴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을 정도예요. 모르는 걸 물어보거나 옷이라도 빌리려면 어찌나 잘난 척을 하는지 이제는 아예 내 쪽에서 슬슬 피합니다. 다른 애들은 언니와 비밀이야기도 하고 서로 물건을 나눠쓰는 건 예사인데, 우리 자매는 서로 본 척도 하지 않아요. 요즘은 같은 방을 쓰는 게 너무나 싫어서 엄마한테 말씀드려 보았지만 야단만 맞았어요. 제가 너무 심한 것일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언니와 사이가 좋지 않고 불만도 많군요. 언니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요? 물론 형제 자매끼리도 성격이 맞지 않거나 경쟁심에서 질시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러나 형제든 남이든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이란 그다지 합리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또 감정이 앞서다보면 그 사람에 대해 편협한 시각만을 갖게 되지요. 형제 자매 간의 불화는 성장기에 혼자 겪는 일입니다. 서로 뜻이 잘 맞는 사이가 아닌 것은 좀 아쉽지만, 각자가 성숙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니 안심하세요. 지금 몹시 눈에 거슬리는 언니의 행동도 앞으로 변화할 것이고, 가영님이 느끼는 강한 거부감도 시간이 가면 또 달라질 수 있어요.

언니가 톡톡 쏘거나, 얌전을 빼거나, 새침데기라거나, 깔끔을 떤다면 그 역시 성장기에 자신의 정체감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이지요. 가영님에게는 마치 성적이나 외모를 과시하기 위한 ‘잘난 척’으로 보이지만 당사자는 단지 “난 너랑 달라. 나를 너랑 혼동하지 말고 존중해달란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 언니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런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볼 때마다 “난 네가 싫어.”라는 표정을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닐까요? 아니면 가영님이 원하는 대로 방을 따로 쓰거나 아예 서로 쳐다보지도 않으면 될까요?

누구라도 상대방이 그렇게 나온다면 상대방 앞에서 주눅이 들어버리거나 오히려 자기를 더욱 과시하려고 들 것입니다. 서로 잘 알기도 전에 원수가 되어버릴 거예요. 좀 싫더라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잘 생각하면서 상대의 장단점을 공정하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저 내 감정대로 표현하는 것, 또는 무조건 거리를 두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아주 어렵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인간관계는 지극히 상호 순환적인 것입니다. 내가 진심으로 호감을 표현하면 상대방도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호감을 갖게 됩니다. 가영님은 언니가 하는 행동이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매가 각자 서로에게 싫은 점만 보고서 싫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영님이 비난조가 아닌 대화하는 느낌으로 “언니가 … 할 때, 난 … 하게 느껴져서 화가나고 힘들었어.” 식으로 특별히 힘들었던 점들을 표현해 보세요.  물론 더 좋은 자매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가영님의 본래 취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자존심 상하고 마치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어려울 수 있겠지만 갈등 상황에 있을 때 어느 한 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어야 상황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먼저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더 앞선 사람의 여유이자 지혜로움이라 볼 수 있을 거예요. 가영님이 이렇게 진심으로 언니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진실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언니도 가영님을 인정하며 이해해 주게 될 것입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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