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박종택) 여행기

세계는 넓답니다. 그리고 ‘세계는 한 권의 책과 같은데,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한 권의 책 중에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아우구스티누스).’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굳이 외국 여행일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여행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곳에서 자기 여행기를 읽게 된다면, 여행을 통해 얻은 것만큼이나 가슴이 벅차오를지 모릅니다.


지금은 4월 30일 오후 8:31이다.
지난 4월 21부터 4월 29일까지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남자 10명, 여자 20명 총 30명이 동행했다. 런던, 파리, 스위스 인터라켄, 로마와 베네치아 등 4개국을 거쳤다. 온라인 투어 여행사를 이용했고, 비용은 모든 선택 관광을 포함하여 약 200만 원 들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었다.

비행기에서 2박을 포함해서 7박 9일 여행이었다. 이제 이렇게 컴퓨터 앞에서 그간 여행기를 쓰고 있다.

왜 쓰는가? 소크라테스는 “음미 되지 않는 삶은 낭비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다시 음미하고 반추해보는 것은 뜻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써 놓으면 먼 훗날 다시 기억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혹 누군가 읽어 본다면 다소나마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어떻게 쓸 것인가? 이번 여행에서 둘러본 곳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하고 잘 알려진 유물과 걸작들이 아주 많았다. 런던탑, 모나리자, 로마의 콜로세움, 시스티나 성전 벽화 등에 대해서 가이드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상당히 많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유물과 걸작들에 대해서는 이들의 기원, 유래, 가치, 의미 등에 관해서 이미 인터넷 공간에 충분한 자료가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관해서 길게 쓰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나는 학자도 전문가도 아니어서 남다른 해설을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것은 객관적 사실의 기록이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주관적인 여행 소감일 뿐이다.

▲ 버킹엄 궁전으로 가는 길목에 조그마한 ‘정치인의 광장(Parliament Square)’이 있었으며, 거기에는 처칠을 비롯한 유명 정치가들의 동상이 여럿 서 있었다. 그중 간디 동상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간디는 나에게 기독교인의 예수, 불교도의 부처에 해당하는 존재다.

이번 여행은 주마간산(走馬看山)이었다

비행기에서 2일을 보냈으니 결국 땅 위에서 관광을 한 것은 7일이었다. 우리는 7일 동안에 4개국을 돌아다녔다. 이것은 말 그대로 주마간산일 뿐이다. 사실 ‘4개국 여행을 하고 왔다.’라는 말은 하기 어렵다. 그냥 스쳐 지나온 것이다. 그러나 ‘4개국을 스쳐 지나왔다.’라고 표현하기가 그러니 그냥 4개국 관광을 하고 왔다고 편의상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넓은 4개국을 돌아다니려니, 여행 일정은 고강도가 아니라 고고강도(高高强度)였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버스, 기차, 비행기를 많이 타 본 것은 처음이다. 여행 3일째는 파리에서 TGV를 타고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가서 알프스의 영봉 정상 융프라우를 보고, 이제 방향을 바꿔서 이탈리아를 향하여 밀라노에 도착하였다. 이날은 기차와 버스를 포함해서 전체 차를 탄 것이 족히 11시간은 될 것이다. 하루 동안에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친 것이다. 아마, 우리 여행그룹 30명 모두, 일생에서 가장 장시간 차를 타본 기록일 것이다.

이 여행을 겪으면서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부처님 말씀이 다시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내가 사는 순천에서 서울까지 기차나 버스로 가면 약 4시간 걸린다. 보통 서울 한번 갔다 오면, 정말 지루하고 파김치가 된 탈진 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루에 11시간을 타고도 견디어 내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결국, 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적응하는 데 천재적인 동물이다. 물론 적응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나 사태에도 너무 빨리 적응해버리는 것이 문제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 영국 템스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관람하면서 한 장 찍었다. 정면에 런던 타워브리지가 보인다.

 
정치 권력, 종교 세력, 예술가, 민중이 관광 명소(觀光 名所)를 만들고 남겼다

우리가 방문한 관광 명소는 대부분 정치 권력, 종교 세력이 주동이 되어 만든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직접 만든 것이 아니고 그 당시의 탁월한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을 시켜서 그런 명소, 기념물, 유물, 작품을 만들었다. 물론 큰 성당이나 탑, 경기장 등을 만들 때는 이름 없는 수많은 민중의 노역과 수고가 함께 했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즐겨보는 유명 관광 명소와 작품들은 네 가지 세력이 서로 협조하여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런던의 버킹엄 궁전, 웨스트민스터 사원, 파리의 개선문과 에펠탑, 로마의 콜로세움과 판테온, 베드로 성당 등등이 다 그렇다. 다만 오늘날 이들을 소개할 때는 당시의 왕, 교황, 예술가 등은 거론되지만 피땀 흘린 노동자들의 노력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장군의 이름은 역사에 남고 피 흘린 무명용사들은 잊히는 것과 같다. 이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로마의 콜로세움: 수많은 검투사가 다른 검투사나 맹수들과 피를 뿌리며 싸웠던 곳이다. 당시 권력은 민중의 시선을 빼앗아 정치·사회적인 중요 의제를 망각하게 하려는 뜻이 있었다고 한다. 일종의 3S 정책이었다.

예수는 누구인가?

이번에 가장 자주 본 것은 역시 성당이었다. 스위스 인터라켄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을 가건 거기에는 성당이 있었고, 그것은 유명한 관광 명소였고,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의미가 큰 기념물이었다. 이것은 서양 2천 년 역사에서 기독교의 중요성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성당은 종교와 신앙을 상징하고 이것은 또한 예수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신앙이란 무엇이며, 예수란 누구인가가 자연히 떠오르는 질문이다. 도대체 인간에게 신앙이란 무엇인가? 왜 신앙이 그렇게 장기간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삶의 일부였던가? 예수는 누구인가? 사실 이러한 질문은 매우 심각하고 중차대한 것이며, 긴 역사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이 질문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탐색해왔다. 신앙과 예수에 관련된 책, 그림, 예술작품, 기념물 등은 무수하다.
 

▲ 뒤편에 알프스의 정상 융프라우가 보인다. 사진의 구도를 좀 더 잘 잡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개인적으로 종교나 신앙에 대한 학문적인, 이론적인 탐구에는 이제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하면서 다시 ‘예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는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이천 년 전 이스라엘이라는 로마의 작은 식민지 나라, 어느 이름 모를 마구간에서 태어나서 고생하며 살다가, 십자가형이라는 극형을 받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사람. 성모 마리아의 성수태, 여러 가지 기적, 죽음 후의 부활 등이 거론되는 사람! 도대체 예수는 누구인가? 나는 죽어서 10년이 넘으면 겨우 자식들이 제삿날 잠깐 회상할 것인데, 예수는 2천 년이 넘어도 지구촌 곳곳에 성당과 교회가 있고,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그를 향해 기원하고 찬미하고 있다. 왕후장상(王侯將相)과 무수한 사람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안개처럼 사라져 버렸는데, 그는 태양처럼 여전하다. 도대체 예수는 누구인가?
<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