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 회장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세계시장에 대한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세계 최고수준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인구도 200만 명을 넘어 UN이 인정하는 다인종 국가가 되었고, 취학인구도 약 10만 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국내외 상황은 세계화 시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세계사교육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한국과 경쟁하는 주요 국가들도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다양한 검인정 교과서를 통해 세계사교육을 필수교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중고등학교 교육현장에서 세계사교육은 위기에 처해 있다. 먼저 고등학교에서 세계사 교육은 선택으로 되어 있어 세계사를 선택하는 비율은 전국적으로 5.7%에 불과하고, 수학능력에서 세계사 교과를 선택한 학생은 전체 응시생 중 3.8%에 지나지 않는다. 중학교에서 세계사 교육은『역사』교과에서 한국사와 통합되어 주로 2, 3학년에 편재되어 이루어진다. 중학교 역사수업은 2학년 주당 3시간이고, 3학년 주당 2시간에 불과하다. 적은 수업시수로 인해 중학교 현장에서 대부분의 교사가 한국사 수업 위주로 『역사』교과를 운영하고 세계사를 소략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중학교에서 역사전공이 아닌 상치 교사가 역사 교과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세계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화시기에 한국 학생들은 중등과정에서 세계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세계무대에 나서게 된다. 이는 학생들 개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세계사 교육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 일본, 중국, 대만처럼 고등학교 세계사를 필수 교육과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들을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역사 교원의 세계사 수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세계사 교원연수나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이를 전담할 교육기관을 지정하거나 신설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기관을 지정한다면 동아시아사 직무연수를 담당하고 있는 동북아재단에서 세계사 직무연수까지 확대해서 담당하도록 할 수 있다.

둘째, 세계사 교육과정을 유관 고등학교에 확대하고 역사전공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대비해서 설립한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세계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도록 한다. 중학교 역사 교과에서 36%에 달하는 상치 교사 비율을 줄여서 세계사 수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 또 우수 자사고, 대도시 소재 고등학교, 항구 도시 등 세계화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지역의 고등학교에 세계사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적극적으로 권유해나갈 필요가 있다. 중학교 역사 교과에서 36%에 달하는 상치 교사 비율을 줄여서 세계사 수업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

셋째, 중등세계사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세계사교육 네트워크 및 인프라를 구축하여 세계사 교육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먼저 세계사 교육담당 교사, 역사교육 전공자, 서양사와 동양사 연구자로 구성된 ‘세계사교육과정협의회’(가칭)를 설치하여 현장과 학계 사이의 긴밀한 협조관계 속에 현장에 적합한 교육과정 및 콘텐츠 개발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세계사 교육관련 학회 및 연구단체, 시도교육청 교수·학습지원센터와 연계해서 온라인으로 세계사 관련 다양한 자료를 제공해주는 ‘세계사 교수·학습지원센터’(임시 안)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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