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깜깜한 어둠을 뚫고 뭍으로 나온 지도 한 달이나 지났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금세 해결되고 잘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터널을 다 빠져나오지 못한 듯하다. 하루빨리 진실이 모두 인양돼야 하며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 여전하다.

“세월호 속에 내 가족이 없을까 봐 너무 무섭습니다.”

애타는 미수습자 가족의 절규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가운데 역대 최다 후보 기록을 세운,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끝이 났다. 이제 다시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참사가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온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부디 그런 나라가 하루빨리 되어야 한다. 그 어느 후보인들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모두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했으며 소통하고 화합하여 멋진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이구동성이었다. 그러기에 이제는, 7시간 이상을 국가가 무엇했느냐는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는 나라가 아닌, 단 7초의 망설임도 없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토, 헌법 수호에 앞장서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런 대통령을 뽑았다. 국민의 선택이 옳았다. 적어도 이 믿음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

“제발, 이제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나라 좀 만들어주십시오.”

온 국민의 요구이며 거부해서는 안 될 국민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니 대통령은 국민의 마땅한 요구가 더는 한 맺힌 절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국민의 여러 목소리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또한 당연하다. 그러니 대통령은 국민이 한목소리이기를 바라서도 안 된다.

‘비틀스(The Beatles)’의 멤버 4명은 각자 자기 소리를 냈고 자기 악기로 연주했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명성과 호응을 얻은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각자 제소리를 냈지만 한 팀으로 철저하게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존 레넌’처럼 노래할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이 ‘링고 스타’의 드럼만을 연주해서도 안 된다. ‘조지 해리슨’의 베이스 기타도 그렇고 폴 매카트니처럼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할 필요도 없다. 국민은 각자 자기주장을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며 대통령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밴드의 리더처럼 그 다양한 목소리가 조화로워지도록 해야 한다. 그 일을 해야 하니, 애초에 예상하지 않았던 다른 목소리를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블랙리스트를 만들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이제, 또 시작이다. 적어도 정치가 그랬으면 좋겠다. 더는 혼란스럽지 않도록, 다양하고도 넘쳐나는 요구, 빛나는 보석들, 조화를 이루고 잘 꿰어서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나라 만드는 데 모두 함께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제발, 좀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씨를 뿌리고 적어도 한두 계절은 지나야 기대하던 먹음직스러운 과실이 열리지 않던가.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