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비 박미라


 

 


“남들이 그러는데 나를 예쁘다고 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순천토박이로 반 백년 동안 순천을 담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나’에서 출발한 인맥은 네 번만 건너뛰면 ‘오바마’까지 도착할 수도 있을 사회관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 알지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몇 단계만 거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 사람은 박미라(사진). 한때는 소녀였고, 엄마였고, 아내였다가, 선생님도 했다가, 지금은 ‘순천 평화나비’ 간사를 맡고 있다. 머무는 곳이 어디였던지 그녀가 있는 곳은 수다스럽고, 분주하고, 일도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일 많은 곳에 머물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일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지인들과 함께 평화의 소녀상 결성식에 참여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 기금을 위한 모금운동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다가 저금통을 배부하러 다녔다. 오랫동안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고, 한때는 직접 운영을 했던 경험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평화나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가 활동하는 ‘순천 평화나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순천 시민운동단체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 훼손 방지, 시민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기 위한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출근길이 매일 즐겁다.
 

 

세상과의 인연 만들어 준 조태양
박미라 씨는 매산여고가 아닌 매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가 고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순천매산고가 남녀공학이었다. 그래서 남자친구들이 많다. 낚시 친구, 술 친구, 일 친구, 그들이 말하기를 박미라 씨가 예뻐서 좋다고 한다. 그녀도 친구들의 말에 공감한다. 조태양 씨는 그런 인연으로 알게 된 후배였다. 살다 보면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어린이집을 운영했는데, 원장으로 있을 때보다 교사로 있을 때가 더 좋았다. 원장은 어려웠고 힘들었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두문불출하던 때에 조태양이라는 후배가 찾아와서 세상과 연결해주었다. 지금 그녀는 다시 시작했다.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그녀는 이미 꿈을 이뤘다
그녀는 이미 어린 시절 꿈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녀의 꿈은 숙주나물을 많이 먹고사는 것이었다. 제사가 있는 날 어머니가 무치던 숙주나물에 참기름 향은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광에 들어가 몰래 나물을 먹다가 들켜서 야단을 맞으며 생각했다. “나는 다음에 어른이 되면 숙주나물을 많이 먹고 살 테다” 그녀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이 그 정도였으니 꿈을 이루었다고 볼만하다.

거기서 멈추었다면, 더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부질없는 후회도 해보지만, 지나보니 지금도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그녀는 여전히 숙주나물쯤이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
또 하나의 꿈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아들 녀석(올해 29살)이 경기도에서 특수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나 대신 그 꿈도 이루어주었다.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던 그녀는 갑자기 “친정 엄마 생각이 나네요. 우리 어머니는 딸한테 늘 찰 지게 욕을 잘 했어요. 장독에 가서 간장을 떠 오라고 하셨는데, 어린 마음에 심부름을 여러 번 가기 싫어서 큰 밥그릇 (그 시절 밥그릇은 지금의 국그릇보다 컸다)에 찰랑찰랑 간장이 넘칠 정도로 떠 왔죠”
그러자 엄마는 “니 에미 간장에 빠져 죽어라고 많이 떠오냐?”고 했다고.

어느 날은  큰맘 먹고 중앙동 시내에 나가 원피스를 샀더니, 
“니 에미 죽을 때 입을라고 흰옷을 샀냐?”
그녀는 엄마의 욕을 들을 때 마다 “우리 엄마는 배우지 못한 티를 내는구나. 나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단다. 그 시절에 어머니들이 배우지 못한 것은 어머니 탓도 아니었을 텐데. 지금은 듣고 싶어도 엄마의 욕을 들을 수가 없단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 가장 슬펐던 기억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시작도 끝도 없다. 여전히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슬픔이었고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기쁜 일이 더 많으면 좋겠고, 내가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박미라 씨, 그녀는 기쁨을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예쁜 사람이다.
나비와 참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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