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4월 16일에 마감한 제19대 대통령 후보로 역대 최다인 15명이 등록했다. 이번 대선은 4월과 5월에 선거운동이 치러지기 때문에 언론에서 장미 대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대선을 촛불대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촛불로서 국민이 앞당긴 대선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을 시작한 4월 17일 아침부터 거리에 일제히 대통령 후보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으면서 선거가 개시됨을 알려주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직접 또는 제3자가 받은 혐의 등 모두 59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다.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경우는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 째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민의 힘과 희생으로 민주화를 쟁취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최소한 부패한 대통령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청와대의 시계가 50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2, 13위권에 이르지만 세계 최고 기업의 수는 적은 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너무 크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연봉이 80%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60% 이하로 떨어졌고, 생산성은 30%대로 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청년들은 88만 원 세대에서 이제 77만 원 세대로 추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 자체도 어려워 졸업조차 꺼리고 있을 정도이다.

대다수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앞에 두고 대기업은 대통령에게 각자의 청탁거리를 마련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갖다 바치면서 공생해 왔다. 어떤 경우는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독대 시간을 위해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이 청탁 사안을 조사해서 친절하게도 말씀자료를 통해 청탁을 거들었다. 온갖 기금을 내도록 했는데, 결국은 이 돈이 기업 입장에서는 대부분 준조세 성격의 돈이며, 경영비용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준비한 돈은 어디서 미련한 것인가? 결국은 노동비용 절약하고, 납품기업의 단가 깎고, 경비 부풀리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마련한 비자금이 주를 이루지 않겠는가. 어떤 기업은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총수가 은행 융자도 했다고 한다. 이런 관행 속에서 기업들의 체질 속에 뼈를 깎는 혁신이 자리 잡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진보와 보수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편을 가르기 위해 싸우는 비용까지 전경련더러 내어 놓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들어나기 전에 왜 우리나라는 사안마다 이렇게 심하게 편이 나뉘고 갈등이 심하게 발생하는지 의아했는데, 결국은 관제 갈등 때문이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멸시키려는 공작도 서슴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품격을 세워주기 바란다. 모 후보의 저질스러운 막말로 모처럼 정책선거가 되어가고 있는 TV 토론이 망가지지 않기 바란다. 막말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사회를 조롱하는 그런 반사회적 행위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유권자의 몫이다.

막말로 집권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이번 주말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처럼 시위행진을 하기로 했다. 기후협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반대로 지구의 날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과학의 역할을 시민에게 알리자는 행진을 계획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서울의 광화문과 부산에서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행진이 열린다. 잘못된 정책의 문제가 남의 일 같지 않아 한국도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투표를 잘 해야 한다. 그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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