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택 논설위원

결국 떠들썩하고 재미없는 대선국면에 들어섰다. 엄동설한을 포함한 5개월 1700만 촛불혁명은 대선을 앞당겼다. 선거는 잘 하면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잘못하면 가장 진부하고 요란스럽고 돈만 드는 쇼에 불과하다. 이제 온 나라는 촛불은 간데없고 선거쇼만 만발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죽 쑤어 개주는 꼴’이 될듯하여 마음이 편치 않다.

결국 정권교체는 될 것이다. “문과 안 중 누가 적합한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누가 되는가는 작은 일이 아니다. 허나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 현재의 정당과 후보에게 맡겨 놓으면 누가 되어도 전망은 흐리다. 즉 ‘촛불시민’이 정당과 당선자를 통제하지 않으면 앞날은 혼미할 것이다. 앞으로 연일 쏟아질 여론조사 수치, 각종 선거공약, 온갖 폭로와 말싸움 등에 부화뇌동하거나 우왕좌왕할 때가 아니다. 다른 후보 지지자들끼리 서로 감정적으로 대립할 일은 더욱 아니다. 누가 당선되고 누가 낙선되더라도 ‘촛불혁명’의 대의가 실현되면 된다. 이 촛불혁명의 대의를 실현하는 방법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개혁안, 공동정부 수립안, 직접민주주의 확대안을 각 후보에게 제시하고, 공약화하며 꼭 실현할 것을 약속받는 것이다.

첫째, ‘대한민국 개혁안’에 대해서 알아보자.
박근혜와 그 수족들이 감옥에 갇혔고, 죄에 합당한 벌을 받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수감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적폐 청산과 새로운 세상 건설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가 필요하듯이, 새로운 나라를 위한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개헌, 선거법 개정, 경제민주화, 검찰 개혁, 국정원 혁파 등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므로 아주 쉬운 일이다. 이 ‘청사진’을  후보들에게 제시하고, 꼭 실현하겠다는 확약을 받아야 한다.

둘째, 공동정부 수립 안을 제시해야 한다.
당선자는 승자독식하면 안 된다. 자기 선거진영과 당 사람으로만 정부를 구성하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듣기로는 각 장차관을 비롯해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500곳에 가깝다고 한다. 당선자는 세 그룹에서 인원을 충당해야 할 것이다. 즉 자기 선거팀과 당, 국회의 다른 당(한국당 배제), 시민사회단체가 그것이다. 예를 들자면 법무부장관은 이재명, 노동부장관은 민주노총, 교육부장관은 전교조, 농수산부 장관은 전농 등에 의뢰하는 것은 어떨까?

당선자가 승자독식의 욕심을 벗어나서 다른 당과 재야 시민 노동단체 등과 함께 하는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협력을 얻지 못하면, 결국 야당, 언론, 온갖 수구세력의 견제로 국정운영은 다방면에서 제동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셋째,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은 한때는 민주주의의 초석이었지만, 이제는 소수 특권층을 옹호하는 제도가 되어 버렸다. 그 시효가 다 되었다는 말이다. 지금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강하여, 직접민주주의를 통한 시민주권을 확립할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회를 보완할 ‘시민주권회의’가 창립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현 국회와 정당에만 맡겨 놓아서는 백년하청일 터이니 말이다. 지난 촛불집회 시작 이래, 개혁의 황금시간 6개월이 있었다. 그 귀중한 시기에 국회는 무엇을 했던가? 시민주권회의는 현 국회와 동수인 300명으로 구성하고, 제비뽑기로 선출하면 될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더불어 전국 250여 지자체에는 새끼 박근혜와 최순실이 상당수가 있을 것이다. 지자체 수준에서 직접민주적인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도 새로운 정부의 주요 과제이다.

확실한 것이 두 가지 있다. 온 나라에 아픈 곳과 썩은 곳이 너무 많아서 누가 당선되고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과, 촛불시민이 깨어 간섭하지 않고 대통령, 정부, 국회에만 맡겨놓으면 배가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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