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광장신문
> 사람과사람 > 지난 연재물
세월호 3주기, 목포 신항에 다녀왔다
정현빈 기자  |  art-rokcjung@agoranews.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57호] 승인 2017.04.20  10:34:0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힘없이 옆으로 누운 세월호, 흡사 괴수 같았다
노란 리본들의 염원, 철망에 매달려 소리 없는 아우성
미수습자 가족들 요청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추모

 

   
▲ 철망 너머 세월호를 향해 수많은 추모객이 남긴 노란 리본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진실 규명과 진실 인양을 촉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3년이 됐다.

이 같은 생각은 너무 둔감할 뿐만 아니라, 절실함 또한 없다. 봄날의 나른한 하품처럼 민망하여 오히려 죄스럽기까지 하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생사를 넘나들었을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생각하면 9천 460만 8천 초가 지났다고 해야 하겠다. 그 셀 수조차 없는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알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았지만, 그중에 정말 가슴이 무너지는 일은, 당일 아침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믿고 가족들 모두 환호를 지르고 손뼉을 쳤다는 사실이다. 꽃같이 예쁘고 귀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던 그 순간에. 그 후에도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어느 날엔가 사태 수습 현장에 나타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입니까?’라는 유가족의 질문에 ‘국민이 주인이지요.’라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그 주인은 주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 경제가 어렵다. 수출도 어렵다. 3년 전 그때는 그런 말을 하며, 마치 사태 수습보다는 진실을 덮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하였다.

그렇게 열두 번이나 계절이 변하도록 시간이 흘렀는데, 2017년 4월 16일, 미수습자 가족들은 타들어 가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목포 신항을 배회하고 있었다. 벌써 수많은 현수막을 달고 전국을 누비며 진상규명을 외쳤고 가족의 생사 확인을 바랐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답답하고 두렵다고 했다.

이번에 거는 현수막이 제발 마지막이기를 바란다며 절규했다. 오래돼서 변색한 플래카드를 새로 걸기도 했고 새로운 내용으로 거는 현수막도 몇 개 있었는데, 하나하나 눈물이 앞을 가리는 내용이었다.
 

   
▲ 미수습자 가족 만남의 장소에 내걸린 플래카드가 미수습자 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전하고 있다. ‘세월호 속에 아직도 사람이 있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의 품으로!’

미수습자 가족 만남의 장소 앞에는, ‘세월호 속에 아직도 사람이 있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의 품으로!’라고 간절한 염원을 담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미수습자 아홉 명의 사진과 이름이 붙은 대형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저희는 나가고 싶어요… 제발 찾아주세요!”
 

   
▲ “엄마 여기 있어, 이리 와 안아보자. 엄마 손 잡고 집에 가자!” 미수습자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양 엄마는 이 플래카드를 철조망에 새로 걸고는, 한참 동안 어루만지며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 모자가 포옹하며 찍은 사진과 함께 내걸린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서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엄마 여기 있어, 이리 와 안아보자. 엄마 손 잡고 집에 가자!”

미수습자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양 엄마는 이 플래카드를 철조망에 새로 걸고는, 한참 동안 어루만지며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같이 예쁠 나이에 별이 되어 버렸다’

미수습자 9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자며, 세월호 참사 가족 협의회가 내건 ‘단원고 학생들의 1학년 수련회 단체 사진’에는 그리운 얼굴들이 활짝 웃고 있었는데, 거기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같이 예쁠 나이에 별이 되어 버렸다’라고 적혀 있어서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목포 신항 부두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목포는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여 추모 분위기 일색이다. 목포 신항에 접근하는 방법은 육로로 두 가지 길이 있다. 목포 북항 쪽에서 새로 생긴 목포대교를 넘어 진입하는 방법과 무안 삼호 대불공단 쪽에서 들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두 길 모두 신항 진입 2~3km 전부터 수많은 노란색 플래카드가 추모의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 목포 신항 부두에 옆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 신항

현장에서는 다음 주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는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을 앞두고 사전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3주기를 앞두고 하루 전인 4월 15일까지 사흘에 걸쳐서 선체 세척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하는데 세월호는 침몰 전 파란색, 흰색 등 원래의 색을 되찾은 듯했으나 여전히 3년 세월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마치 신음하는 괴수처럼 부두에 옆으로 누워 있었다.

선체 내부 소독도 하고 선체 진입용 구조물과 안전 난간을 설치하는 일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선체 내부 진입을 통해 배 안에 유해가스는 없는지, 붕괴 위험은 없는지, 선체 안의 진흙 등 장애물을 뚫고 미수습자들을 찾는 일은 가능할지 등등 확인할 사항이 한둘이 아닐 텐데 언제나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활동에 들어간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는 지난번 특조위에 부여되지 않았던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갖게 되었다고 하니 장장 10개월 정도의 조사 활동에 기대가 크다.

목포 신항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주로 가족 단위로 온 추모객들이 많았는데 처참한 모습의 세월호와 미수습자 가족들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위로를 건네고 다독였다.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리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했는데, 아직 생사확인을 하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가족에게는 추모 행사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해수부가 목포 신항 인근에서 대규모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고 그에 따른 것이었다고 했다. 다만, 천주교에서 ‘세월호 참사 3년 미사’를 오후 2시부터 봉헌했고 추모객들을 위해 짜장면 무료 나눔 봉사가 진행됐다.

침묵 속에서도 간간이 들리는 한숨 소리가 큰 울림으로 이어졌고 야속하기만 한 따스한 봄볕 아래 누군가의 염원을 담아 슬프게 펄럭이는 노란 리본의 장관만이 침묵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그 아우성은 소리 내어 부르짖지 않았지만 수많은 추모객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세월호가 뭍으로 나왔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상 규명, 진실 인양, 그것이 바로 국민이 바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이며 당위이다.
 

   
▲ 차마 내걸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세월호 속에 내 가족이 없을까봐 너무 무섭습니다.’라는 내용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의 플래카드.

미수습자 가족, 은화 엄마가 차마 걸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플래카드 내용이 생각나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속에 내 가족이 없을까 봐 너무 무섭습니다.”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최다로 15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없어야 한다. 후보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기에 7시간이 아닌 단 7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책을 세우고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뽑을 만한 대통령이다.

 

정현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7956 전남 순천시 중앙3길 3, 3층(장천동)  |  대표전화 : 061)721-0900  |  팩스 : 061)721-1141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전남아 00196(주간)  |  발행일자 : 2013년 4월 5일  |   발행인 : 변황우  |  편집위원장 : 서은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정우
Copyright © 2013 순천광장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agor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