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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장박골과 지계골
김배선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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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호] 승인 2017.03.28  11: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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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은 남도의 명산으로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는 불교문화의 중심이며, 순천사람의 주요한 삶의 터전이다. 
순천시 송광면 출신인 김배선 씨는 약 15년 동안 조계산과 그 주변 마을을 누비면서 주민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현장을 답사한 자료를 토대로,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이 책 주요 내용 중 일부를 김배선 씨의 동의를 받아 순천광장신문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연재한다. 편집국


장박골 

 
▲ 김배선 향토사학자

장박골은 선암사와 송광사 중간지점에 있다. 조계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남쪽을 향해 자리 잡은, 조계산을 대표하는 골짜기의 이름이다. 장박골이 조계산의 대표 골짜기로 유명한 것은 선암사와 송광사를 나누는 경계이기도 하지만 남쪽을 향해 살 깊은 들판과 언덕 같은 지형이 약초와 산나물 등 양식을 끊임없이 길러내어 조계산에 기대고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장박골의 위치는 국도 15호선과 국도 27호선이 지나는 장동마을을 출발하여 보리밥집 일대인 지경터에서 약 1.2km 정도 들어가 ‘Y’자 형 삼거리를 이루는 곳이 장박골의 입구이다. 뒤를 감싸고 있는 줄기는 장군봉에서 연산봉으로 돌아가는 말발굽능선이다.

능선의 형태가 말해주듯 장박골은 약 800m 높이의 산줄기 원형으로 둘러싼 분지와 같은 공간에 습지가 형성되어 장안천의 발원지를 겸하고 있다

   
▲ 장박골 계곡


장박골의 유래

장박골은 장막동(帳幕洞)이란 한자 이름에 그 어원이 있다. 장막동이란 이름은 송광사의 1800년대 기록인 『송광사고』의 골짜기 이름 편과 송광면(조계산) 고지도에 있고, 선암사의 고서에도 장막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장막동을 풀이하면 장막(帳幕)은 장수나 병사들의 막사를 뜻하고 동(洞)은 우리말의 골짜기인 ‘골’의 한자이다. 장박골이 되기 전의 장막동은 풍수지세와 연관된 장군봉과 골짜기의 생김새에서 비롯되었다.

선암사 터의 주봉이 장군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장군봉이라 이름 붙였는데, 신비하게도 장군(봉)의 배후 골짜기인 장박골의 모양 또한 둥글게 휘장을 친 장군의 막사가 연상되는 모양이므로 장박동이라 한 것이다. 

그러나 장막동의 민가 발음은 장막동이 아니라 장막골로 한다. 한자말 ‘동’이 아니라 우리말 ‘골’을 그대로 발음하는 것이다. ‘청학동’을 현지 주민들이 ‘철학골’이라 하고, ‘대성동’을 ‘대성골’이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장막골’로 불러오는 동안에 ‘장박골’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장막골이 장박골로 변화하는 과정은 언어의 발성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장막골과 장박골의 발음을 비교 발성하면 장박(바)꼴에서 좀 더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유는 구강 내에서 장의 ‘ㅇ’이 막의 ‘ㅁ’과 만날 때 ‘ㅂ’보다 더 큰 울림 현상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장박골의 이름은 식자들인 승려들에 의해 한자어인 장막동으로 불리었으나 실제 이 골짜기를 부르는 사람들은 조계산 주변 산골에 살았던 사람들로 글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었으므로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들에게 ‘장막’의 본뜻은 사라지고, 오직 발음의 편의에 따라 장막골에서 자연스럽게 장박골로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박골이란 이름은 선암사의 배후 주봉인 장군봉과 풍수지리적으로 연관된 장막동(골)이라는 한자 명칭에서 유래되었음을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최근에 장박골을 말하는 사람 중에는 ‘Y’형의 두 골짜기 중에서 습지가 있는 골짜기만을 장박골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나 두 골짜기 전체가 장박골이다. 가운데 ‘Y’자 중앙으로 뻗어 내려온 줄기의 웃등을 장막등(帳幕登)이라 하고, 우리말로는 장박골 몬당이라고 부른다.

장막등의 소유권을 놓고 선암사와 송광사 간에 벌였던 법정 분쟁의 일화가 있다. 1892년(고종32) 두 사찰 간에 소유권 소송이 있었는데, 이 소송은 9년 후인 1902년(광무5)년에 장막등 능선과 장안천의 연장선으로 판정됨으로써 결국 어느 쪽의 것도 아닌 산등성이를 반으로 나눈 형태로 분쟁이 종결된 사실이 법정기록으로 남아 있다.  

주민의 삶의 터전이었던 장박골도 이제는 세월 따라 등산로로 바뀌어 만인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

   
▲ 장박골 (습지) 등산로 데크 공사

 

지계골(持械洞)

지계골은 선암사 괴목마을(선암사 주차장)에서 괴백이재(북쪽)를 향하는 골짜기의 이름이다.
지계골이라는 이름은 골짜기 중간 오른쪽의 또 다른 골짜기에 있었던 지계동(持械洞)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하였으므로 골짜기와 마을의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골짜기 전체의 모습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계동이 자리 잡은 양쪽의 큰 줄기 안은 3개의 골짜기로 이루어져 있다. 골짜기를 만들어주는 왼쪽(선암사 측) 줄기는 선암사 청룡줄기의 중간지점인 괴백이재(扣鼓峙)이고, 위에서 월출봉을 거쳐 괴목마을(선암사 주차장) 앞까지 내려온(운수암과 동암 뒤편 줄기) 내청룡 줄기이다.

그 외곽을 따라 괴백이재로부터 역시 괴목마을 앞 선암천으로 합류하는 계류가 원(본) 골짜기이며, 승주(죽학)를 향해 내려가는 외청룡 줄기에서 나란히 형성된 두 개의 골짜기가 차례로 본류의 하부로 합류한다. 입구에서 가까운 골짜기가 작은 지계골이고, 중앙의 다음 골짜기가 지계동 마을이 있었던 큰 지계골이다. 선암사와 연계된 제법 큰 마을의 구조와 경작지의 형태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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