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카톡카톡’ 알림소리와 함께 누군가 봄꽃사진을 보내준다.
봄이면 약속이나 한 듯 꽃들이 돌아온다. 
3월은 그래서 좋다.
기다리지 않았어도 다시 찾아와주니 좋다.

내가 다닌 학교는 입학하자마자 2주일 만에 그러니까 3월에 수학여행을 갔다.
설악산에서 새침한 아이(정희)가 말을 걸어왔는데 이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같은 옷을 사 입기도 하고 같은 음악을 좋아했다.
야자시간에 도망치려고 몰래 담을 넘다가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같은 남학생을 좋아하다 싸우기도 했고 서로 ‘ 너 가져라 ! 양보한다’ 며 울었다.
무엇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몰랐던 시절, 그 기억 속에는 유치한 일상으로 가득하다.
연인들처럼 토라졌다가 다시 좋아졌다가를 수없이 반복했다.
 

▲시계방향  <사진1>오른쪽-정희. 소풍인데 계곡에 입수하는 객기를 부려보았다.
                   <사진2>왼쪽-정희.  봄소풍인 듯
                   <사진3>왼쪽-정희. 가을소풍인가 보다
                 <사진4>오른쪽-정희. 영원히 함께 forever 를 매일 말했는데 정말 잠깨어 보니 사라졌네.

하지만 보고 싶다.
졸업 후 우리는 각자의 3월을 찾아 떠나갔고 이제 30번째 3월을 만났다.
나는 무엇을 쫓아가다가 내 친구를 잃었을까?
봄꽃마냥 어느 날 갑자기 네가 와주면 좋겠다.
정희야 보고 싶다.
 

 

오랜만에 편지글입니다.

아래의 편지글은 정희와 나를 다투게 했던 남학생이 보낸 글입니다.
아마 나와 정희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할 즈음이었나 봅니다.
또박또박 분노를 표현한 것이 그때는 나름 심각했었나 봅니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이 남학생은 나도 정희도 아닌 새로운 인연을 찾아 간 듯합니다.

☺☺야 미안하다.
편지를 쓴다는 게 늦었다.
핑계지만 요즘 몹시 피곤하다.
그렇다고 너를 잊은 건 아니다.
인연이란 참 무서운 것 같다.
만약 너와 내가 만나지 않았다면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이런 그리움은 없겠지?
☺☺야
우리 조금 힘들다고 말하지 말자.
우린 살날이 더 많은 인생이니까.
지금보다 더 힘든 일이 많이 있을테니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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