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농사? 글쎄···(1)

▲ 김계수
달나무농장
가끔 귀농한 사람이나 농사꾼 중에서 양계를 시작해보고 싶다고 우리 집에 견학 오는 사람들이 1년이면 서너 번씩 있다. 닭농사는 경제적으로 꽤 매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5개월 정도면 돈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관심을 갖는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귀농을 준비하던 시절에 몇 군데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지금의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닭을 키우는 큰 농장에서 닭농사에 매력을 느꼈다. 그 때는 수입과 관련된 것은 생각지도 못한 채 냄새 없고 조용하고 품위 있는 닭들의 자태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사실 닭농사는 내가 귀농해서 농촌에 큰 어려움 없이 정착하고 지금까지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 농사에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 형편이 되는 대로 빨리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장 생활도 13년 하고 그만뒀으니 내 팔자에는 13년 터울의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우선 닭 키우는 일은 젖소 키우는 것과 더불어 농사꾼이 시간적으로 가장 얽매이는 일이다. 아침나절에 달걀 거두고 오후에는 밥 주는 일을 하루도 거를 수 없다. 한 주에 이틀씩 달걀 배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명절도 손님도 이 일을 방해할 수 없다.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으니 아플 수도 없었다. 닭 키우는 그 동안 친지의 경조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가족과 함께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나는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닭을 핑계로 식구들만 여행을 보낸 적도 있었다. 일도 늘 새로운 기획을 해야 하는 것보다는 한 번 적응하면 반복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단순한 일을 좋아한다. 이렇게 내 성격과 닭농사 사이에 궁합은 잘 맞는 편이다. 하지만 때로는 비오는 날 오후에 부침개에 막걸리 한 병 마시면서 일없이 해질녘까지 빈둥거리거나, 우리 동네에서도 등산로로 연결되어 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조계산까지 개를 이끌고 다녀오고 싶은 때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내 농사에서 땅 농사와 가축 농사 간에 본말이 뒤바꿔져 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농사라면 논밭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가축은 농사 부산물이나 음식 찌꺼기로 기를 수 있는 규모라야 할 것이다. 옛날처럼 가축에서 나오는 퇴비로 비료를 자급하고 가축의 힘을 농사에 필요한 동력으로 쓸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따라서 농사꾼은 모름지기 발바닥이 땅에, 논밭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내 사정을 잘 아는 선배 농사꾼이 나더러 닭 똥구녁만 쳐다보고 산다고 말하듯이 5천 평 정도 되는 내 농사는 닭농사에 철저히 맞춰져 돌아간다. 들판에 나가 일이 손에 잡힐 것 같으면 닭일 할 시간이 되어 손을 놓아야 한다. 시간이 없으니 새로운 농사 기술을 배우러 가기도 쉽지 않아 농사 방법에 진전이 별로 없다. 이렇게 내 농사가 이상형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으니 농사꾼으로서 자부심이 높을 수 없다.

내가 닭농사를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된 또 따른 이유는 사료 가격 문제다. 사료 가격에 관여하는 중요한 외부 요인으로는 곡물 수출국 현지의 곡물 가격, 환율, 생산과 운송에 들어가는 석유 가격일 것이다. 기후 변화와 농지 축소, 경작 조건의 악화, 석유 가격 상승에 대응해서 곡물을 바이오 에너지로 활용하는 등의 이유로 국제 곡물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양계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사료 가격은 거의 세 배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거의 소꿉놀이 수준의 농장을 운영하면서 무역을 주로 하는 기업들이나 신경쓸 이런 문제들에까지 민감하게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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