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근혜
더드림실버타운 대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평균수명이 60세에 미치지 못했던 50년 전에는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 정도는 부모의 돌봄을 받고 자녀가 태어나면 20년을 돌봐주다가 노년이 되면 20년을 자녀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사는 지금은 자녀에게 기댈 수 없는 현실이다. 현대의 나이는 과거와 달라졌고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해야 한다. 내 나이가 50세라면 실제 나이는 0.7을 곱한 35세라는 것이다. 이제 각자의 나이를 계산해 보자.

어느 날 청바지에 야구 모자를 쓴 남성 두 명이 차를 타고 실버타운을 찾아왔다. 입소 조건을 꼼꼼히 물어보고 시설을 둘러보기에 “부모님이 오실건가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제가 몇 년 있다 들어오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나이를 물었더니 80세가 된 친구라고 소개했다. 자세도 꼿꼿하고, 말하는 것이나 운전을 하고 부산에서 여기까지 온 것을 봐도 60대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당신들의 노년을 스스로 준비하기 위해 여행 다니듯 전국에 있는 실버타운이나 요양원 등을 돌아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엄지를 들어올렸다.

“내가 얼마나 살지 모르겠지만 자식들한테 부담 주기도 싫고, 그동안 벌어 놓은 거 죽기 전에 쓰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지”라고 말한다. 이어 “집에서 혼자 TV나 보면서 시간 보내는 것도 지겹잖아. 사람들하고 자꾸 얘기도 하고 머리도 써야 치매도 안 온다는데 시설에서는 프로그램도 많이 해주지, 밥 챙겨주고 씻겨주고 돌봐주니 얼마나 좋아”라고 말한다. 자신의 노년을 스스로 계획하고 선택하려는 현명한 사람이다.

또 다른 할아버지 이야기이다. 부부가 마을에서 함께 여행을 다녀오다가 무단횡단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거나하게 술을 한잔 한 탓에 휘휘 저으며 먼저 길을 건넜고,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뒤를 따라 건너는데 달려오던 화물차가 그만 할머니를 덮치고 말았다.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고, 할아버지만 홀로 남겨졌다.

장례를 치르고 자녀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모셔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그때 할아버지가 먼저 말했다. “나 혼자 어찌 살 것냐. 느그들이 나랑 살 수 있는 형편도 안 되고 항께 나는 시설로 갈란다. 등급 안 나와도 갈수 있는 데가 있다 드라. 돈도 안 비싸다니께 난 그리 갈란다” 아버지의 결정에 자녀들이 시설을 알아보았고, 우리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자녀들이 자신 때문에 서로 싸우는 것도 보기 싫고 부담주기 싫어 본인이 결정해서 오셨단다.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는 노년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을 보았다. 노년은 우리 삶에서 누구나 겪는 일임에도 우리 부모세대는 노년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쟁을 겪었고,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 자식들에게 모든 투자를 했기 때문에 준비 없이 노년을 맞았다. 하지만 고생해서 키워놓은 자녀들은 부모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인 생활시설에 대한 이미지는 몇 년 전만 해도 ‘신고려장’으로 굳어져 있었고 시설에 부모를 맡기는 자녀도 부모를 버린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행히 200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노인 장기 요양보험은 2016년 12월을 기준으로 약 42만 명의 노인들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게 하고 있다. 또 노인 시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부모를 부양하는 일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장기요양등급이 나오지 않는 노인들도 저렴한 비용으로 입소할 수 있는 실버타운과 같은 노인 생활시설이 있어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노년을 계획하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할 당연한 과정이 되었다. 노년의 선택을 잘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나이를 다시 짚어보고 오늘을 잘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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