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예.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너무 단정적으로 생각했네요. 이제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칠월이면 제 애인이 인도로 옵니다. 그 친구랑 결혼을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꿈은 영국에서 박사 공부를 하고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저랑 결혼하면 그 꿈을 이루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민우가 물었다.

“결혼을 왜 하려고 하나? 좀 더 구체적으로, 왜 꼭 그 친구랑 결혼을 하려고 하나? 혹시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을 생각하는 건가? 또, 그 친구에게 결혼은 무슨 의미가 있지?” 달마난다 선생이 물었다.

김민우는 찔끔했다. 결혼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에, 결혼을 왜 하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은 더더욱 없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결국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껏 결혼에 대해 제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네. 뭐, 나도 결혼을 안해봤으니, 결혼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겠군. 우선 이 얘기부터 해야겠군. 조금 전에 요가에 여러 가지 길이 있고,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다고 했지? 갸나 요가, 박티 요가, 카르마 요가, 라자 요가. 그런데, 각각의 사람들이 누구는 갸나 요가만 하고, 누구는 박티 요가만 하는 식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네 가지 요가를 다 하긴 하는데, 그 중 주로 쓰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따라 분류할 뿐이지. 그러니까 민우 자네가 카르마 요가를 주로 한다고 하더라도 갸나 요가, 박티 요가, 라자 요가의 수행 방법도 꾸준히 실천할 필요가 있는 거야. 자, 그 중에 박티 요가를 생각해보게. 주로 사랑과 봉사를 박티 요가의 실천 방법이라고 하는데, 박티 요가를 가장 잘 했던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라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실천을 했던 것이고, 또 사람들에게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가르쳤지. 그런데, 민우 자네는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적이 있나?” 달마난다 선생이 조근 조근 설명을 해나갔다.

그런데, 김민우는 이번에도 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동안 애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만 해도 열 명이 넘었지만, 정말 자기가 누군가를 사랑해봤는지 의심스러웠다. 또한 학생 운동을 한답시고 길거리에서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미워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사랑의 의미를 모르는데, 어찌 사랑을 했는지 말았는지 안단 말인가? 이번에도 솔직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여쭤보시니, 제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껏 인간 관계 속에서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솔직히 말해 줘서 고맙네. 우리 강의 시간에 인간의 보편적인 열망에 대해 말했던 것, 기억 나나? 우리에겐 감각적 쾌락인 카마, 재산이나 가족을 뜻하는 알타, 우주의 법칙을 뜻하는 달마, 자유를 뜻하는 목샤에 대한 근원적인 열망이 있어. 요가를 한다는 것은 이런 열망들을 부정하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사회적으로 건전한 방법으로 충분히 충족시킴으로써 결국 자유에 대한 열망을 이루는 것을 뜻하지. 민우!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가족을 이루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열망이라네. 왜 그것이 근본적인 열망인지를 설명하긴 힘들지만, 자네의 마음이 자꾸 그리로 간다는 것은 이번 생에 자네가 이뤄야할 중요한 열망 중 하나가 결혼과 가족이라는 걸 뜻하지. 그러니, 그 열망을 자연스럽고 건전하게 충족해 나가시게.” 달마난다 선생의 설명이 이어졌다.

달마난다 선생은 이어서 계속 말했다. “그런데, 재산과 가족에 대한 열망을 사회적으로 건전하게 충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나? 바로 카르마 요가와 박티 요가를 해야 한다네. 박티 요가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함으로써 신을 만나는 거라네. 그럼 누구를 사랑하면 되겠나? 먼저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게. 아내와 아이들을 조건 없이 사랑함으로써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면 다른 모든 생명들을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다네. 그러니, 자네처럼 그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가족이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그렇군요. 결혼과 육아라는 건, 요가의 깨달음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단계인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이번 생애 동안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카르마 요가야, 뭐 다음 생에 하면 되겠죠. 그런데, 한 가지 더요. 아까 선생님이 저한테, 제 아내 될 사람 입장에서 결혼은 무슨 의미인가라고 여쭤 보셨는데요, 그 답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민우는 물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얘기도 한번 안 해봤는데, 내가 어찌 알겠나. 그러니, 자네가 직접 물어보게. 또 이렇게도 볼 수 있어. 그 사람도 자네처럼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다면, 그 사람도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연습을, 자네를 통해서 할 수도 있겠지. 모든 사람은 깨달음을 향한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네. 부부라 하더라도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어. 그 길을 서로 존중하고 도와줘야 결혼 생활을 평화롭게 할 수 있다네. 물론, 자네가 말한 것처럼, 자네 애인이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결혼은 안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거야. 어떻게 결혼을 강제로 할 수 있겠나? 요가의 첫번째 금계가 비폭력인데, 강제는 폭력이거든.” 달마난다 선생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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