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촛불 민심에 따른 개혁 입법을 논의하던 국회가 1월 20일(금) 결실 없이 폐회했다. 대통령 탄핵을 결의하고, 새누리당이 반쪽 난 여소야대의 4당 체제 국회는 뜨거운 민심을 신속하게 반영할 걸로 기대했지만 실망이다. ‘국정교과서 채택 금지 촉구 결의’만 보였을 뿐, 천만 촛불 민심을 어느 법에도 반영하지 못했다.

우선 언급하고 싶은 건, 1월 국회에서 18세 청년에게 선거권을 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거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필자는 15세인 고등학교 1학년부터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만18세의 대학생에게도 참정권 주기를 꺼려하며 후진국을 자처하다니!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법과 언론장악방지법은 심사 중이라고 한다. 또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할 수 있도록 상법, 공정거래법, 법인세법 등을 개정하는 일도 머뭇거린다. 촛불시민의 입장이라면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그런다. 하지만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는 어렵다. 가소롭게 볼 것이 아니라 끈질기게 대들어야 한다.

2월 국회에서 이런 법들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촛불혁명을 거역하는 국회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찌질한 국회부터 변화시키기 위해서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국회의원 소환제까지 정착시켜야 한다. 나아가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확대하는 것이 개혁 입법 과제이다.

헌법은, 대통령 선거 전이나 후나 상관없이 지금부터 개정을 논의하며 추진해 가야 한다. 권력분산과 지방분권, 직접민주주의 확대, 경제민주화 등은 개헌하지 않으면 안 될 요소가 많다. 개헌에 대한 방향 설정과 논의 없이 대통령 선거에만 몰입하자는 것은 촛불 민심을 권력놀음의 도구로만 여기겠다는 의도다. 개헌을 통해 새로운 국가를 전망하는 설계가 대선과 병행하여 추진되면 강력한 변화의 내용을 채울 것이다.

다른 한편, 광주전남연구원이 제19대 대선 공약에 반영할 전남 지역 공약 연구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핵심과제 17건과 현안과제 41건으로 압축한 이 내용은 2월 초 토론회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핵심과제에는 해양수산·관광거점, UN조달물류기지 광양항 유치, 여수 경도 복합해양관광단지 조성, 전라선 고속철도, 여수~남해 동서해저터널 건설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처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과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은 당연하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서 추진할 사업과 정책 개발은 일상적인 정치 행위다.

하지만 언제까지 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은 중앙정부의 결정만 바라보고 의존해야 할 것인지. 총예산을 중앙과 지방이 50:50으로 배분한다면 지방정부의 결정력이 커지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20%에 불과한 지방정부 예산을 40% 이상으로 높이는 공약을 요구하고, 입법권과 사법권의 분권도 요구해야 마땅하다.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이라는 도정 목표에 맞도록 청년을 위한 기본소득 보장, 대학등록금의 반값 이하 낮추기, 군복무 수당의 최저임금 수준 지급 등의 정책도 내걸어야 할 사항이다. 이번의 대선은 촛불혁명에 나선 청소년들의 뜻을 반영하여 새로운 나라로 가는 전환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전남에서 촛불시민에게 권력을 주려는 노력이 더욱 돋보이길 바란다. 서울시장이 촛불시민을 탄압하려는 중앙정부에 협조할 수 없다고 했듯이 민주공화국은 지방에서부터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대선 공약 과제와 더불어 촛불민심이 바라는 새로운 제도의 확립,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진정 촛불혁명을 완수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