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 회장

교과서 국정화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시도이다. 다원화되고 민주화되는 세계에 주요 국가들은 국정제를 벗어나 검인정제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유엔도 국정교과서의 제반 폐해를 지적하면서 검인정제도를 지지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국정역사교과서는 역사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과정에 국정교과서 폐지를 요구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가결은 동시에 국정교과서에 대한 국민의 탄핵을 의미한다.

한국의 역사연구자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촛불 국면에서 국민과 더불어 전면적으로 반대하였다. 작년 11월 1일 전국 47개 역사교육 관련 학회들이, 11월 15일에는 전국 대학의 570여 역사학·역사교육 전공교수들이 국정교과서 폐지 선언을 발표하였다. 11월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발표된 후, 지난 12월 26일 1579명의 역사연구자들이 오류, 이념적 왜곡, 부적절한 서술로 가득찬 국정교과서의 즉각 폐지를 또 주장하였다.

한국서양사학계도 중학교 세계사 교육의 국정화 폐지를 주장하였다. 한국의 세계사교육은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서 같이 국정화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다원화된 세계에 걸맞게 국정이 아닌 검인정 교과서를 통해 다양하게 세계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사교육은 다원적 세계화의 일반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12월 27일,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한 시민단체와 역사학계의 압도적인 비판을 부분적으로 반영하여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의견 수렴결과를 발표하였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실시를 1년 유보하면서 희망하는 모든 연구학교에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1년 후인 2018년부터 국정교과서와 검인정 교과서를 혼용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지하라는 국민과 역사학계의 요구를 근본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이에 12월 30일, 50개 역사학회 및 단체들이 역사교과서 국정·검정 혼용 조치에 반대하는 성명을 다시 발표하였다. 역사학계는 교육부의 결정이 국정역사교과서를 지속하려는 위장조치에 지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를 혼용해서 사용하려면, 검정교과서를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맞추어 1년 동안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검정교과서 집필과정과 심의과정은 최소한 1년 6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1년 내에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졸속 집필 할 경우 많은 오류가 발생하여 학생들이 교육현장에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대한민국 수립’과 같은 뉴라이트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2015년 개정교육과정’에 근거한 검정역사교과서 집필은 국정역사교과서의 재판에 불과하다. 따라서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를 지속시키려는 혼용조치를 철회하고, 국정역사교과서를 역사학계와 1000만 촛불 민심을 반영하여 중단해야 한다.

또한 민주당과 국민의 당, 정의당 등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국정교과서 금지 법안을 이번 기회에 통과시켜야 한다. 창당준비 중인 ‘바른정당’은 새누리당과 다른 개혁보수신당이라는 존재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법안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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