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지난 5년 동안의 큰 사건사고가 생각나 적어봤다. 2016년에 대구 서문시장과 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2015년 메르스와 의정부 아파트 화재, 2014년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와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 2013년 부산 남북항대교 공사현장 붕괴와 경북 상주 염산 110톤 누출 사고,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강원도 최대 폭설과 동일본 쓰나미 피해와 방사능 유출 사고 등이 있다. 다시 생각하면 트라우마가 있는 사고는 생략했다.

기억하기 싫지만 안전교육이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사건도 있다. 1999년 6월 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로 유치원생 19명 포함 모두 23명의 사망 피해가 있었다. 화재가 발생할 때 울려야 하는 화재경보기 고장으로 대처가 늦었으며, 비치된 소화기를 사용하지도 못했고, 인솔교사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였다.

필자의 중요하지 않은 사물함이나 사이버상의 비밀번호는 모두 ‘0416’이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더라도 필자에게 남겨진 기억은 수많은 학생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올해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 보니 별로 없었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불을 끄고 했던 수많은 출동에서 했던 일은 그저 당연한 일이지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을 되살려 보니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여름에 생후 1개월 쯤 된 새끼 고양이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애완용으로 키우다 유기한 것으로 보였는데, 처음에는 낯설어 하더니 먹이를 주니 허겁지겁 먹는 게 애처롭게 보였다. 반년이 지난 지금은 필자가 근무하는 곳의 터줏대감처럼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출근할 때마다 ‘야옹, 야~~~옹’하면서 먹이를 달라고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화재나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있다. 먼저 달려가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운전자나 동승자가 차량에 없을 때 안도감이 들고, 주변에 사람을 찾고, 얼마나 다쳤는가를 확인하고 병원으로 이송할 지를 결정한다. 우리 소방관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겠지만 재산피해가 아무리 커도 사람이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수시로 발생한다. 그렇지만 사고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피해를 당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고라도 피해를 최대한 막아야 하고, 그와 비슷한 사고는 방지해야 한다.

그럼 그 일을 누가 할 것인가? 간단하게 답변하자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사람들 모두가 주변에 위험요소가 있는 지 보고, 내 일이 아니라고 넘기지 말고 국민안전처의 안전신문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게시판 등을 활용하여 위험요인에 대해서 대처를 요구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예방과 대응활동을 해야 한다.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곧 우리의 안전의식에 있다 할 것이다.

정유(丁酉)년 새해의 바람이다.
가족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이웃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가족이나 이웃의 지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 큰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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