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백설공주는 예뻤다. 왕비는 마법거울이 인정한 최고의 미인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기 마련이라, 백설공주는 더 아름다워졌고, 왕비는 주름만 늘었다. 이 당연한 변화를 왕비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기가 유일한 최고이어야 했고, 다른 모든 사람은 자기 아래에 있어야 했다. 고대 신화 속의 왕비가 현대 한국에 재림했다. 공주로 태어나 여왕이 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세월을 잡을 수 없었다. 첨단약품에 매달리며 몹쓸 짓을 했다. 상식마저 거스르려는 여왕의 탐욕이 나라를 삼켜버렸다.

욕망은 전염병이다.

여왕의 탐욕은 삽시간에 온 나라를 감염시켰다. 자신의 민낯을 거부하는 뭇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며 퍼져나갔다. 의사의 탐욕과 결합하자 ‘대통령 주사’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여왕이 유행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유행에 휩쓸려버린 것이다. 그 이전부터 미용과 피로회복을 위한 주사제가 남용되었다. ‘대통령 주사’는 불 난 데 기름을 부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비급여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주름개선, 미백, 지방제거 등의 미용 시술 금액은 2011년 608여억 원에서 2014년 784여억 원으로 3년 만에 약 30%가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영양주사 처방액은 342여억 원에서 511여억 원으로 49%나 늘었다. 영양주사에는 태반주사, 신데렐라주사(치옥트산), 백옥주사(글루타티온), 감초주사(글리시리진복합제), 마늘주사(푸르설티아민), 칵테일주사(아스코르빈산) 등이 포함된다. 이름만 그럴싸하지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약품이다.

 

혹자는 ‘주사공화국’이라면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부작용이 속출하며, 장기간 투여 시에는 기형아 출산이 우려된다고 위협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부작용 없는 의료 행위가 있을까? 늘 먹는 밥마저 과하면 체하는데, 부작용 없는 의약품이 있을까? 더구나 윽박지르며 겁을 주는 행태에 말로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한다. ‘겁주기’는 시중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상업적 의료’의 환자 유인책 중 하나다.

또, 비급여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비급여란 건강보험에서 지급하지 않는 치료비용을 일컫는다. 건강보험이 모든 의료를 규정하고 제어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새로운 치료법은 항상 비급여로 시작하고, 급여와 비급여의 기준은 보험공단의 지급여건에도 규정받기 때문이다. 비급여는 나쁜 의료이고, 급여는 좋은 의료라는 단선적 접근은 의료의 발전과 자율성을 헤칠 수 있다. 현실의 진전에 비해 제도권은 항상 뒤쳐진다.

교육과 유행 통해 소비하는 노예 만들어

‘주사 열풍’의 뿌리는 무엇인가? 아름답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마땅히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을 조종하는 배후가 있다. ‘아름다움’은 때와 곳에 따라 다르다. 현재 아름다움의 정의와 기준을 만들고 유행을 퍼트리는 자, 그것은 자본이다. 아름답고 싶은 마음은 자연이나, 아름다운 것이라 불리는 것은 인공이다. 자본은 ‘교육과 유행’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조정하고,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

설령 도도한 흐름에 휩쓸려가고 있을지라도 어쩌다 한 번씩은 멈추고 고개 돌려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흐름을 거스를 힘과 의지가 없다손 치더라도 작은 용기로 자신만의 얼굴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화장하는 시간에 마음의 민낯까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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