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요즘 최순실 국정조사로 국민들은 짜증이 난다. 사실 외신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건을 박근혜 스캔들로 보도하고 있다. 국정조사 제목부터 바꿔야 한다. 하루 종일 “기억이 안난다”,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고,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비서실장 등 지난 50년 동안 공작정치를 펼쳤던 정치인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검찰 출신 우병우 증인을 접하면서 국민들의 짜증지수는 최고치를 향한다.

지금 국민들의 소비지수는 바닥이다. 시장에서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상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어떤 중학생은 청문회에서 우병우의 답변을 접하고, 공부도 하기 싫어졌다고 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짜증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심정이다.

한국 국민들 상당수는 주말에 만사 제쳐두고 촛불집회에 나간다. 집회 참가자 수 한명이라도 더 늘리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우리 사회의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집에 있으면 소등행사라도 참여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짜증나던 중에 속 시원한 뉴스 하나를 접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4월 16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시간대별로 보고하라고 했다. 당연한 요구이다.

한국 국민들은 왜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4월 16일, 7시간의 행적을 추론하는 일에 2년 넘게 공을 들여야 하는가. 자신의 일정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는 것이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도리이다. 대통령 일정에 관련된 지나간 정보가 무슨 국가 보안 사항이라고 알리지 않는가. 그렇게 국가 보안이 중요했다면 청와대에 보안절차도 거치지 않은 보안손님 출입을 왜 허용했는가.

대통령의 7시간을 보호하려는 이런 저런 거짓말과 공작을 일삼는 공무원들은 제정신인가? 왜 국민들이 대통령의 7시간 퍼즐을 맞추기 위해 고생해야 하는가? 대통령이 태반주사를 맞던, 백옥주사를 맞던, 그리고 얼마나 비싼 주사를 맞았는지, 무슨 부작용이 있었는지 국민들은 관심 없다. 단지 2014년 4월 16일 수백명의 국민이 바다에서 위험에 처했고, 이 중 304명이 죽었는데, 대통령이 무슨 조치를 했는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해군이 통영함을 투입해야 했는데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이 없어서 투입하지 못한 것인지,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근무를 제대로 했는지, 근무를 안했다면 왜 근무를 안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대통령 자신이 7시간의 일정을 솔직하게 밝히면 국민들은 이러한 지루한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순실의 해외재산이 8000억 원에서 1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국정농단이 1%도 안되는데, 뭐 그러냐?”는 청와대 답변에 경천동지할 노릇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업무관계에서는 1원도 주고받으면 안된다. 선생은 학생들한테 물 한 병 얻어먹어도 안된다.

최순실과 대통령에 의한 국정농단과 부정부패가 헌법이 문제여서 그런가? 대통령이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청와대가 입에 담기도 어려운 약품을 사서 나눠 갖는 행동이 헌법의 문제 때문인가. 꼭 개헌을 해야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개헌론자들을 보면서 짜증이 또 늘어난다.  

지금은 빨리 보통사람과 같은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으로 대통령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런 다음 국가의 미래를 냉정하게 생각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가장 적절한 권력구조를 담은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스캔들 해결과정에 급하게 헌법을 고치려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국민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요구했던 명령부터 이행하는 것이 순서이다.

정치권에서는 과욕 부리지 말기 바란다. 자신들의 셈법으로 나온 작업을 슬쩍 끼워 넣지 말기 바란다.

진보의 수레바퀴는 늘 앞으로 간다는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이리저리 갈지자를 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올곧은 길을 가르쳐 준다. 단지 정치권력이 곧은길을 가지 않으려할 뿐이라는 것을 촛불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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