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을 둔 엄마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 성격 때문에 좀 걱정이 됩니다. 작은 아이는 성격이 밝고 보이는 행동들도 시원시원하고 분명합니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쳐 나는 것 같아 어디 가서 덤벙대고 날쌔게 뛰다가 혹시 버릇없어 보이거나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큰 아이는 매사에 자신이 없고 의욕이 없습니다. 제가 뭐라고 하면 대꾸도 없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뭔가 분명한 게 없고 꼭 하는 짓이 나이든 할아버지 같다니까요. 어떻게 하면 대충 넘어갈까 하는 생각뿐 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성질 급한 제가 옆에서 보기에 너무 답답합니다. 잔소리도 해 보고, 구슬려도 봤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어린아이가 어쩌면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할텐데... 앞으로 험한 세상에 저런 식으로 생활해나가서 어떻게 살아갈지 무척 걱정입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두 아이를 키우시는 데 두 아이 성격이 상당히 대조적이군요. 그리고 더구나 큰아들 성격이 조용하고 자기 것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가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둘째보다는 어머님은 큰 아이가 매사에 자신이 없고 의욕이 없어 걱정이 많으시네요.

그렇지만 어머님 알고 계실 게 있습니다. 성격이라는 것은 어머님 말씀대로 누가 억지로 시켜서 고쳐지거나 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즉 아이의 본래 성격적인 부분도 이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어머니가 아이에게 자꾸 “너는 왜 그 모양이냐”는 식의 핀잔이나 간섭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도 정말 하고 싶은 게 없고, 재미있는 게 없는데 “어떡하란 말이냐”란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자신감이 없고 흥미가 없어 보인 게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면, 혹시 아이가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나 자극이 될만한 경험들을 할 기회가 없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십시오.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단조롭고, 그런 환경에 오랫동안 있다 보면 아이 스스로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뭘 잘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하고 싶은 것도, 재미있는 것도 없지요. 이럴 경우엔 시간을 갖고, 아이가 조금씩 이것저것 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귀찮고 하기 싫어하겠지만 조금씩 해보면 달라질 겁니다.  아이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아이가 조금씩 해보기도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어머니가 인내를 갖고 잘 이끌어 주시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어떤 것이 재미있고, 어떤 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스스로 알 수 있을 겁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었거나,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했을 때 아이가 그 기대에 부응하기가 힘들면 좌절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뭔가 성취하고 싶은 마음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죠. 이럴 경우에는 부모가 자신의 기대나 욕심을 줄이고, 아이의 상태나 수준에 맞춰야 합니다. 아이의 욕구나 수준은 무시하고 계속 부모의 욕심대로 아이를 몰아붙이면 더 자신감을 잃을 것입니다. 결국, 아이 스스로 과제나 목표를 성취하는 경험을 해봐야 자신감도 생기고,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가 아니라 최근에 중학교에 들어와서 힘이 없어지고 의욕이 사라졌다면, 이렇게 될만한 어떤 계기나 사건이 있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친구는 새로 사귀었는지, 선생님과의 관계는 어떤지, 공부는 잘 따라가고 있는지 등등 아이의 전반적인 생활을 자세히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서도 그 징후가 드러나게 마련이니까요. 아이에게 캐묻거나 억지로 말을 시키지 말고, 어머니가 자세히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후에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조금씩 얘기해보십시오. 주의하셔야 할 것은 아이 말만 듣고, 과대 해석하거나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머니가 아이보다 더 감정적으로 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아이와 충분히 얘기하고 잘 생각해 보신 후 판단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가 위축되거나 의욕을 잃을만한 일이나 계기가 있었다면, 아이를 충분히 위로해주고 대책을 마련해야겠죠.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을 테니까요. 따라서 부모님이 아이를 믿어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계속 불어넣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작은 일을 시도하거나 성취할 때마다 칭찬해 주십시오. 아이에게 필요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칭찬을 대신해도 좋을 듯합니다. 어머니 혼자 애쓰시는 것보다 아버지와 함께하십시오. 그리고 필요하다면, 학교 선생님에게 도움을 구하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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