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 도둑이다

 
작가 이시백의 장편소설 ‘나는 꽃 도둑이다’는 청계천변의 한 귀퉁이를 살아가는 서민들을 통해 작금의 부당한 세상, 서러운 세월을 사는 그들의 삶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에는 김치공장 공장장 김씨, 에덴 미용실 송씨, 황학동 만물상회 황회장, 환경미화원 보조 심씨, 탈북자 양경일, 시위 현장에서 초를 파는 임씨, 야바위 킴, ‘특수임무’ 박금남, 꽃 파는 가난한 안 목사 내외 등의 다양한 자기 현실을 사는 서민들의 일상 삶이 펼쳐진다.

‘나는 꽃 도둑이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에 몰두한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삶의 뼈아픈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왜곡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세상을 지배하는 돈의 논리, 권력의 논리가 서민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어려운 처지의 서민들인데도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한 폭력은 국가나 권력이나 부자가 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면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허용되고 마는 세태적 인식의 절대성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인 딸 경순이를 키쓰방에서 마주치고도 서비스를 받는 이발사 재록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윤리의 부재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소설이 여느 소설과 다른 읽는 재미와 강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 이유는 이시백만이 가지고 있는 작가 특유의 ‘구술성’ 때문일 것이다. 각 지역의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의 구술성은 힘없는 민중들이 권력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그것은 서민 대중의 생생한 생활과 그들의 세상에 대한 인식을 가장 적절하고 정확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것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훌륭히 구축해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서민들의 직설이라고 할 수 있는 구술을 통해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신랄한 냉소와 조소를 보내고 그것은 비판적 풍자를 갖게 한다. 그것은 그들의 뼈아픈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늘 유쾌하고 능청스런 유머로 드러난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나는 꽃 도둑이다’는 한 정부에 대한 서민적 시각의 평가가 없는 현실에서 그것을 대변하고 있기도 한다. 청계천변의 다양한 인생들을 통해 4대강, 광우병, 촛불 시위, G20, FTA, 청계천 복원 등 현실 사회의 실상이 서민들의 일상생활의 문제로 드러나게 하여 작가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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