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4,5학년 아이들이 관옥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누어진 이야기를 채록, 부분정리한 것입니다.
 

 

예술인생

언제 시간되면 <타이타닉>이란 영화를 한번 봐.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그 배는 돈 많은 사람들부터 돈 없는 사람들까지 탄 배야. 세계 최대 유람선이라고 할 수 있는 배인데, 미처 계산을 못해서 어마어마한 빙산하고 배가 충돌해. 그래서 배가 깨지거든. 물이 새어 들어오고 세월호처럼 기울어서 물에 가라앉고 엄청난 사람들이 죽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영화로 찍은거야.

배 한쪽이 가라앉고 기울어서 아우성이지. 다들 살 궁리만 하고 우왕좌왕하는데 바이올린 켜는 악사가 있어. 사람들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하니까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서 연주하지. 거기 서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을 기억하지.

그때 생각했어. 뭐가 연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살려고 아우성을 치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했길래 그들을 위해 연주를 할까? 물론 그 사람들 다 죽었지. 같이 죽어가는거야. 그 마음은 뭐야? 뭐가 그 사람들을 다르게 만드는거야? 내 생각에는 그 사람들이 예술가이기 때문이야.

예술가가 추구하는건 뭘까? (아름다움이요.) (예술가는 예술을 추구해요.) 예술이 뭐야? (표현하는거요.) 무엇을 표현해? (모든 것을요.) (생각이요.) 생각을 표현하면 예술은 필요 없어. 글 쓰면 돼. 뭘 표현할까? 예술은? (마음) 마음엔 두 가지가 있어. 뭐야? (느낌, 생각) 태언이가 오늘은 할아버지랑 하이파이브해.

마음엔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머리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고, 하나는 느끼는 마음이 있어, 두 가지가 좀 달라. 영어로는 두 단어가 있어. 한국말로는 둘 다 마음이라고 해. 생각하는 마음은 여기 있어. 두뇌가 깨지거나 손상을 입으면 생각을 못해. 기억도 못해. 머리를 다쳤어. 그러면 기억이 안나. 느낌이라고 하는 것은 머리에 있지 않아. 어디에 있을까? (몸 전체요.) 그렇지 몸 전체지. 두근거리는거. 좋은 일 생기면 가슴이 두근거리는거. 그렇지? 느낌이 제일 잘 되는건 가슴이지. 생각이 많으면 골치가 아프지.

느낌은 가슴에서 나와. 영어로는 생각하는 마음은 마인드(mind)라고 해. 느끼는 마음은 하트(heart)라고 해. 예술은 여기서 나와. 수학, 철학은 생각에서 나오고, 예술하는 사람은 가슴에서 나오기 때문에 죽어가면서 연주하지 않았을까 싶어.

예술가만 그렇게 사는게 아니고 사람들은 누구나 다 예술적으로 살 수 있어. 마음으로. 머리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가슴을 중심으로 살면 예술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거야. 예를 들어서 나중에 용성이가 커서 의사가 됐어. 내가 어떻게 치료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이 약은 좀 비싸고 이 약은 싼데 둘 다 효력은 비슷한데, 비싼 약을 팔면 내가 더 벌겠지 계산하면서 환자를 만나볼 수도 있단 말이야. 그렇지만 비싼지 싼지를 계산하는 게 아니라, 아픈 환자를 같이 느끼면서 빨리 고쳐주고 싶은 마음으로 돌봐줄 수 있어. 그게 예술적인 의사다, 이런거지.

머리로 계산하는 것보다, 먼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이 타이타닉호의 예술가들처럼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머리도 잘 써야하지만 가슴이 잘 뛰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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