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하루 중 가장 바쁠 때가 출근이나 등교를 할 때이다. 등교시간에 학교 주변도로는 수많은 차와 사람들로 혼잡스럽다.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 등교시간을 보자 학생들은 저마다 우산을 쓰고 등교를 한다.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산만한 데, 우산까지 썼으니 얼마나 산만할까? 어른들이 교통안전을 챙길 때는 그나마 안심이다. 하지만 학교 주변을 벗어나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아찔하다.

학생들이 형형색색의 우산을 쓰고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집으로 향한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렇지만 이 장면에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사람은 우산을 쓰고 갈 때 시야가 그만큼 좁아지고, 몸의 반응도 느려진다. 우산을 쓴 학생들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간다면 위험은 더 커진다. 우산을 쓴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길을 걷는다면 사람이 다니는 도로는 우산 쓴 학생들로 꽉 차고, 자칫하면 사람이 차도로 내려서 걸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뒤에서 오는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일이지만 비가 오면 집에서 나설 때 우산을 쓰고 나가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어올 때는 챙겨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다가 그치면, 내가 챙겨갔던 우산도 이미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되어버린다. 이는 성인이나 학생들이나 매 한가지 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의 우산은 값싸거나 휴대하기 좋은 접이식우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투명우산 쓰기 운동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요즘은 투명우산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투명우산이 안전을 위해서는 좋은데, 약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젖혀지고 쉽게 찢어져 투명우산보다 다른 우산을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투명우산은 우산을 쓰고 갈 때 좁아진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을 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인데, 요즘은 투명우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우산의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는 않지만 우산을 잃어버리거나 망가졌을 때 다시 사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린 학생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투명우산을 권하고 싶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있었던 교통사고가 소방관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당시 사고 때 한 소방관이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을 하였는데 피해자는 이미 사망하였고, 사망한 피해자는 그 소방관의 16살 된 아들이었다. 사고 원인은 마주오던 트럭이 경로를 이탈하여 사람과 정면으로 추돌한 것이었으며, 트럭운전사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였다고 한다.(뉴시스 2016년 10월 22일 보도. 미소방관의 절규 ‘교통사고 사망자가 내 아들이라니’)

필자처럼 소방공무원들에게는 사실 무서운 이야기이다. 필자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각종 재난현장에 출동했다가 사고 당사자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인 경우도 적지 않다. 사고 당사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그렇지만 어린이나, 학생이라면 그때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소방관이라는 내 업무가 원망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처럼 사고는 한 번 일어나면 되돌릴 수가 없다.

비가 올 때 투명우산 쓰는 것과 같이 조그만 것이라도 사고 발생 전에 예방하도록 노력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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