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며칠전 우리 식구가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친구네 가족의 대화에 어정쩡하게 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대화들이 뭔지 잘 모르게 날이 서 있고, 뭔가 얼음장이 깨지거나 총알이 발사되기 1초 전 같은, 뭔가 이상하게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자리에서 저는 그 대화의 내용에 끼어들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무엇이 저를 불편하게 했을까하고 고민해봤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친구네 가족 구성원 네 명은 모두 ‘진실게임’을 하고 있던 겁니다. 제가 말하는 진실게임의 대화란, 서로 자기가 더 진실하다고, 자기가 옳고 남이 틀렸다고 증명하려고, 그 게임에서 이기려고 말을 하는 대화 방식을 가리킵니다. 그때 오고갔던 말들은, “거봐, 내가 맞잖아”라든지, “에이, 그게 아니지이...” 등의 말이었습니다. 이런 진실 게임의 대화에선 모든 대화 참여자가 희생자가 됩니다. 왜냐하면 마치 칼을 쥐고 싸움을 하는 것처럼 싸움의 당사자가 결국 모두 다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로 상처만 되는 대화를 왜 하는 걸까요? 비폭력대화에선 말을 포함한 모든 행동에는 이유, 즉, 우리의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자기가 옳고 남이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혹은 ‘진실의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저렇게 자기가 옳고 남이 틀렸다고 말하는 방식으로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나 진실을 찾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폭력대화에선 이런 대화를 “욕구의 불행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이런 식으로 자기가 옳고 남이 틀렸음을 증명하려는 방식의 대화를 하는 것은 가족이 불행해지는 지름길이겠지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공감 게임을 하는 겁니다. 누가누가 더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잘해주는지 내기를 하는 겁니다. 얼마나 재미있겠습니까? 공감대화에선 “누구의 말이 과학적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더 옳은가?”라는 질문이 아예 없습니다. 공감대화에선, 그 대신, “너의 맘 속에 있는 너만의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서로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인정해줍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기 어렵다면, 한 명만이라도 먼저 시작하면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리 가족 사이가 그렇습니다. 제 아내와 제가 공감대화를 배우고 아이들에게 적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해서 공감을 받으려고 조잘 조잘댑니다. 함께 모이는 저녁 시간은 유쾌한 대화가 넘쳐납니다. 제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이런 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 한번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 그리고 저도 하나 배운 게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든 뭔가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전략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사실, 며칠전 그 대화에서 친구 가족이 대화하는 내용에 대한 저의 의견을 물었는데, 날선 공방이 오고 가는 중에 저마저 칼을 쥐기가 싫어서 그냥 모르겠다고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의 의견을 물었을 때조차 저의 의견을 말하거나 침묵하지 말고, 그걸 물어보는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는 표현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가족 구성원 네 명 모두에게 공감을 해줬다면, 그 가족 구성원간의 진실게임이 공감게임으로 변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나에게 객관적인 사실을 물어보는 사람에게조차 공감이 먼저!!!실천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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