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끄러운 민낯,
청소년에게 직접 듣는다(2)


지난 6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이었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올해 취업했는데, 업무중 사망했다.

지난 2011년에는 영광실고 현장실습생이었던 한 학생이 기아자동차에서  장시간 야간노동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2년에는 순천효산고 학생 한 명이 울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망했다. 교육과 현장훈련이라는 애초의 목적과 달리 현장실습의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현장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지역의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현장실습제도의 명암을 알고, 이를 통해 현장실습문제에 대한 공론화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대표 김현주

 


 (특성화고교 건축과 3학년인 이준식(가명)은 A리조트에서 1개월 동안 현장실습하다가 해고되었다. 이 글은 그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A리조트에서 한 달 남 짓 현장실습을 하고 있던 준식이(가명)는 휴일이 끝나고 출근했다가 해고되었다. 프론트에서 일하는 정직원이 “소식 들었냐?”고 물어 쳐다봤더니
“너 짤렸다”는 것이다.

그 정직원은 “네가 전구 이름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시설관리팀 정직원이 외출했을 때 네가 휴대폰 보고 있는 것을 상황실에서 봤나 봐. 회사에서 너 쉬는 날 이야기 됐다고 하던데...”

조용한 성격인 준식이는 그렇게 짐을 싸서 돌아왔다.
 
 
특성화고의 경우 보통 3학년 여름방학부터 기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학생들도 기업체도 보통 ‘취업’이라고 한다. 본래 현장실습의 목적은 전공과를 살려 교육과 훈련, 실습이 목적이지만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들도, 현장실습생을 받는 기업체도 목적과는 무관하게 현장실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준식이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준식이는 교실 공고란에 붙은 A리조트 ‘현장실습(취업) 의뢰서’를 보고 담임에게 취업을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주간 8시간, 야간대학 진학도 가능하고 기숙사도 있구요. ‘수습 3개월은 130만 원, 정직원은 150만 원’이라는 조건에 리조트라서 공장으로 가는 것 보다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A리조트는 전기시설 업무로 전기과 2명, 건축물과 수영장 관리로 건축과 2명을 모집했고, 준식이를 포함한 4명의 학생들은 학교로 온 A리조트 면접관의 면접을 봤다.

면접은 10분 정도 형식적인 질문이었고, 4명 중 건축과 1명은 면접에 탈락해 준식이는 전기과 2명과 함께 A리조트에서 휴가철인 7월 말부터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리조트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시키는 대로 일을 시작했어요. 교육 같은 거는 없었어요. 저는 수영장 관리 업무를 맡았고, 다른 친구들은 프론트와 시설 관리를 맡았어요. 수영장 관리는 주로 청소하고 카운터에서 음료 판매, 튜브 대여, 공기 주입 등의 일을 했어요.”
 
10일 정도 수영장 관리 업무를 했는데, 한여름에 조금 더웠던 것을 제외하고는 일은 할 만 했다고 한다. 수영장 업무에 정직원은 없었고, 준식이가 일하는 것을 정직원들이 서너 시간에 한 번씩 보고 갔다.

10일 후에 업무가 시설관리로 바뀌었다. 시설 관리팀에 2교대를 하는 정직원이 2명이고, 준식이는 시설관리 사무실에서 대기하다가 오더(작업 지시)가 떨어지면 업무 처리를 했다.

“시설 관리에 대해 자세한 교육은 없었어요. 주로 전기사용량 검침, 객실에 변기 뚫고 전구 교체하는 것을 정직원이 간단하게 가르쳐 줬어요. 프론트에서 연락해 오면 이것저것 잡일도 처리 했구요.”
 
준식이는 2교대 하는 정직원을 도와 오후 2시부터 늦은 밤 11시까지 일을 했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은 현장실습생이 하고, 어려운 일은 정직원과 함께 나가 배우거나 보조를 했다.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갈 때는 ‘사업주, 현장실습생, 학교장’의 서명이 들어간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작성한다.

협약내용 중 제4조(사업주의 의무)에는 ‘현장실습생의 전공과 희망을 고려하여 현장 실습부서에 배치하고, 현장 실습을 지도할 능력을 갖춘 담당자를 배치하여 현장실습생의 현장 실습을 성실하게 지도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제7조(현장 실습 시간과 휴식)에는 ‘사업주’는 야간(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및 휴일에 현장실습생에게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무시되기 일쑤이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대로 일하면 어떤 사업주가 현장실습생을 받겠느냐고 한다. 그럼 현장실습은 왜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별히 일을 못하거나 불성실한 것도 아니었는데, 준식이는 왜 해고되었을까?

“우리가 취업 나갈 때는 7월 말부터 8월까지 성수기라 A리조트에서도 연중 가장 바쁠 때에요. 7월에 일하고 받은 임금을 보니깐 올해 최저임금 6030원으로 계산했더라구요. ‘이렇게 일하고 이게 적당한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준식이가 일할 때 A리조트에는 프론트 2~3명, 시설관리 2명의 정직원이 있고, 객실 청소 몇 명과 현장실습생 3명이 일했다고 한다.

성수기 한 달 정도 프론트와 수영장 관리, 시설관리에 저임금의 현장실습생을 고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수영장 안전관리를 하고 싶어서 취업을 나갔던 준식이에게 한 달 남짓 A리조트에서 일했던 기억은 씁쓸하기만 하다.

“전 알바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경험 쌓았다고 생각할래요. 재취업을 해야 하는데, 다음에는 직원 복지를 잘 챙겨주는데 가고 싶어요. 처음 계약한 것처럼 업무 이동하지 않고 정시에 출퇴근하고, 임금도 최저임금보다는 더 주고, 휴일도 제대로 챙겨주는 곳으로요.”

준식이가 소속된 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 25명 중 15명이 현재 현장실습을 나갔다. 그 중 전공을 살린 건축 캐드로 취업을 나간 학생은 성적이 좋은 5명 이내이고, 나머지 10여 명의 학생은 대부분 전공과 무관한 거제조선소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그들은 그곳에서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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