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스스로 만들고 자기 얘기를 담아야

순천소식지, 예전엔 참 말도 많았다. ‘시장’ 홍보지인가, ‘시정’ 홍보지인가를 따지기도 했다. 선거법에 저촉되느냐 아니냐로 선관위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시의회에서는 예산을 주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고, 한때는 소식지 발간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결국 시의회 소식을 게재하기로 합의하고 이런저런 말들이 잠잠해졌다.

순천 소식지가 이제 새롭게 변화해야 할 때이다. 시정 홍보지는 태생적으로 시장이나 시의원의 취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여타의 지자체 소식지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인접한 구례나 전북 진안 등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시민의 소식을 중심으로 변화할 때가 이미 지난 듯하다. 시장이나 시의회가 주인공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공이 되어 시민의 눈으로 이웃의 얘기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이정우 기획위원)

1. 목적에 맞는 소식지 - 시민의 삶과 시정 소식의 균형을 이루어야

순천소식지가 발간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조례에서 정한 목적은 시정의 홍보와 시민과의 소통이다. 그런데 소식지 내용을 보면, 순천사람보다 순천을 관광하는 사람에게 필요하고 좋은 정보가 많이 나온다.

순천사람에게 순천을 홍보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화자찬이다. 이는 지면 낭비, 예산 낭비이자 철학 부재의 소산이다. 소식지 발간의 목적에 충실하다면, 순천 사람의 진솔한 삶이 담겨야 한다. 또 순천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와 순천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 등이 실려야 한다.

▲ 순천소식지의 내지

예를 들어보자. 현재 순천시내 곳곳에 하수관로 공사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비라도 내리면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 구덩이 물이 튀겨 자동차를 원망하기도 한다. 차는 차대로 불편하다. 그런데 왜 하며. 어떻게 할 것이고, 언제 끝나는지를 안다면, 불편은 감내할만한 일이 된다. 알지 못하므로 화를 내거나, 짜증이 난다. 여기가 시민의 알권리와 시정 홍보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구체적인 사안은 외면하고, 시장이 참여하는 행사나 업적 소개에 지면이 채워지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순천 소식지도 아니고 시정 홍보지도 아니다. 이제라도 소식지 발행 준칙을 만들고, 시내에서 벌어지는 공사나 행사 등을 소상히 알려야 한다.


2. 편집위원회의 재구성 - 독자적 조직과 예산 편성이 필요

소식지가 목적에 맞도록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편집위원회가 제 구실을 해야 한다. 편집위원회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모든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 현재의 편집위원회는 보고된 결과물을 승인하는 형식적인 위원회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의왕세상, 광산구보, 구례군소식지 등과 비교해 보면 쉽게 차이를 알 수 있다.
순천소식지는 종이의 질이나 인쇄의 화려함은 타 소식지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나다. 그러나 시청이나 의회에서 알리고 싶은 소식을 나열해 놓았을 뿐, 시민들이 궁금하고 절박한 목소리는 담겨있지 않다. 순천 사람들의 기쁨과 애환을 소식지에 담기위해 편집위원회는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편집위원회는 시청이나 의회와 별개의 독립적인 조직이어야 한다. 예산도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독립된 구조와 예산으로 상시적 취재와 전문적 편집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지면을 대충 사진 몇 장으로 채우거나, 수박 겉핥기식 홍보 문구를 나열해서 식상한 소식지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순천소식지는 시장이 참여하는 행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의 만남을 재미있게 홍보해야 한다. 시청이나 의회에서 알리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 시민들이 궁금하고 꼭 알아서 유용한 소식이 보도되어야 한다.


3. 시민 참여 방안 마련 - 투박하더라도 진솔한 생활 이야기 그려야

시민의 참여를 다양한 방면으로 넓혀야 한다. 현재 소식지를 만드는 편집위원들도 고심하고 있지만 좋은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에게 투고나 직접 참여를 원한다고 시민은 쉽게 손 내밀지 않는다. 이는 시민들이 순천소식지를 자신들의 얘기로 채우고 자신들의 소식지로 여기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런 측면에서 진안군의 소식지인 [희망진안]의 시민참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독자적인 편집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도 호선으로 정하며, 남녀 비율을 고려하고 읍면 당 2명의 통신원을 선정하여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소식지의 글과 사진이 말끔하고 세련되지 않았으나, 정감 있고 푸근하다.

▲ 남양주 소식지『쾌한도시』

의왕시의 소식지인 [의왕세상]은 시정의 일목요연한 홍보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시청 각 과, 보건소, 도서관, 각종 센타 등의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더구나 시민들이 모여 있는 각양각색의 모임을 통해 주도하는 사람을 세우고 그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관에서 주도하고 따라오라는 식이라면 시민의 자발성을 억누를 수 있으며 결국 함께 참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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