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지난 10월 5일 태풍‘차바’구조출동 중 순직한 고 강기봉 소방관을 추모하며

소속된 지방자치단체는 다르지만 같은 소방공무원으로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었다가 순직한 동료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스스로 위험한 현장임을 알고도 그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 자체가 순직이나 공상을 예견하는 것 아닐까 싶다.

소방공무원의 업무는 크게 행정업무와 현장업무, 두가지로 나뉜다. 행정업무는 조사나 위험물과 같은 민원을 담당하고, 현장업무를 지원한다. 현장업무는 화재진압, 인명구조와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 등을 담당한다. 현장업무에서도 위험 수위가 높은 것은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이다.

어설픈 소방공무원이 위험에 노출된 국민을 구조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간절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투입된 대원의 목숨도 보전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일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모든 소방공무원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응급처치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소방공무원들도 국민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전문 인력으로서의 맡은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 주기적인 교육훈련과 경험을 쌓아서 국민보다 조금 더 잘할 뿐이다. 소방공무원이 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대원에게 몇 년에 걸친 경험과 교육훈련을 받은 숙달된 대원과 같은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번 태풍 차바 때 순직한 소방공무원도 인명구조를 담당하는 숙달된 구조대원이 아니라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구급대원이었다. 더구나 소방공무원이 된 지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구급대원이 위험한 구조현장에 출동하게 된 것이다. 전국의 모든 소방서에 배치된 소방공무원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폭증하는 소방서비스를 숙달된 전문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발생한 순직 사고였다.

국민은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이 예견되거나 발생하면 ‘119’ 전화를 누른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발생할 경우 그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관서에 신고하기보다 ‘119’나 ‘112’ 등 기억하기 쉬운 번호로 전화를 한다.

대도시와 달리 중소도시나 농산어촌의 경우 소방서비스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골지역에 출동할 때 자주 듣는 소리는 출동이 늦었다거나 화재진압에 필수적인 물을 적게 싣고 왔다는 지천이다. 심한 경우 피해를 본 국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일도 있다.

왜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소방관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지, 소방공무원의 출동이 왜 늦어질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소방공무원들이 늦게 출동해서 피해가 커졌다고 출동한 소방공무원에게만 따질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모든 지역에 소방서를 설치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해야 할 일인지, 다른 누군가가 설치해주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 지 되묻고 싶다.

어떤 소방공무원들이 먼거리에 응급환자가 있다고 출동을 천천히 하겠는가? 어떤 소방공무원이라도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하거나 병원으로 이송할 때는 과속을 할 수 밖에 없다. 도로가 막힐 때는 중앙선을 침범하고, 교차로의 신호를 위한하는 등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소방공무원들의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고, 운전을 담당하는 소방공무원들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을 감당하면서 출동을 서두르고 있다.

먼거리로 출동을 할 때는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려고 노력하고, 도착이 늦어져서 환자의 건강이 회복 불가능하게 될 경우 출동하는 소방공무원들 스스로도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는 것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