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해
사랑어린학교 교장
사랑하는 길벗 E에게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어찌나 고맙던지, 한 여름 더위 그렇게 고마운 마음으로 나를 일깨우더니 어느새 가을이구려. 높푸른 하늘 때문일까, 요즈음 나의 화두는 ‘사랑’이라오. 이 나이에 무슨 사랑타령이냐고 타박할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나도 알 수 없는 노릇이오. 가슴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디 제 마음대로 됩디까. 다만 가슴에 이는 이 마음을 외면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바라보고 싶을 따름이외다. 그러고보니 나는 시방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고, 지난 세월 사랑을 해본 적은 있나 하는 질문이 드는구려. 아무튼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뒤에서 떠밀고 있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겠소. 사랑으로, 참사랑의 세계로 말입니다.

오늘은 틱낫한 스님 말씀을 빌어 참사랑(True Love)의 세계를 함께 맛보도록 합시다.

불가에서는 참사랑에는 네 가지 얼굴이 있답니다.

첫 번째 얼굴은 자애(慈愛) 또는 사랑스런 친절(loving-kindness)로 번역되는 ‘마이트리’(maitri):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고 싶은 ‘마음’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능력’. 참사랑의 두 번째 얼굴은 자비(compassion)로 번역되는 ‘카루나’(karuna): 다른 사람의 아픔을 덜어주려는 ‘마음’뿐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 참 사랑의 세 번째 얼굴은 기쁨(joy)으로 번역되는 ‘무디타’(mudita). 네 번째 얼굴은 평온 또는 자유로 번역되는 ‘우펙샤’(upeksha).

벗이여, 그런데 말이요. 제대로 사랑을 하려면 수련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 보았소?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을 먹여 기르는 방법 말이오. 이런 말을 이 나이에 이제라도 듣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럽고 복된 일인지… 나는 그렇다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려면 사랑하는 사람을 깊은 눈길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렇지 않고서는 제대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understanding)가 사랑의 바탕이요 이해 못하면 사랑도 못한다는 것이 붓다의 메시지라는 거예요.
 
따라서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돼요.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서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세밀하게 바라보는 ‘깊게 들여다보는’ 수련의 열매가 이해라는 겁니다. 이해라는 이름의 바탕에서 나온 사랑이 참사랑이라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연인이 받고 있는 고통의 본질을 잘 이해하기 위하여, 그가 변화되도록 돕기 위하여, 깊게 들여다보는 수련을 해야 한다는 거지요. 수련의 뿌리에서 이해와 지식이 자라고, 이해를 위한 수련이 명상이라는 겁니다. 명상은 사물의 중심을 깊이 들여다보는 거잖아요. 나아가 기쁨이 있고 자유를 누리는 사랑을 하려면 정말로 수련이 필요하답니다. 내가 괴롭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울린다면, 그렇다면 참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래요. 기쁨이 없으면, 틀림없이 참사랑을 하고 있지 않대요. 참사랑은 그 안에 기쁨이 있고, 자유를 누린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유를 가져다주고, 외면적으로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자유를 느끼도록 해준대요. 수련은 이렇게 참사랑의 길을 가도록 크게 돕는답니다.

어떻게? 수련-하나의 기술(art), 명상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당신을 데려다가 지금 여기 있도록,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마음 모아 숨을 쉰 다음,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며 주문(呪文, mantra)을 외어보랍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여기 네 곁에 있다.” 그러고 나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래요.

벗이여, 부디 붓다가 가르치신 참사랑의 네 얼굴인 사랑, 자비, 기쁨 그리고 자유가 우리 가운데 다시 살아나길. 우리 함께 이 길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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