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3학년도 그린피스 동아리 대표를 맡고 있는 순천효천고등학교 2학년 전혜진입니다. 저는 주로 순천외국인 한글학교와 외국인을 위한 한글교육연구회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다문화 프로그램에서 도우미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순천다문화희망어머니합창단 연습시간 동안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돌보는 놀이도우미 역할과 다문화가정 어머니, 원어민 교사, 그리고 외국인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시간에 한국어 수업 보조를 합니다. 또한 다문화가정을 방문하여 다문화이주여성 및 자녀 학습 및 놀이도우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마주했을 때에는 어색한 마음에 쉬이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누나 이거 해주세요. 언니 같이 놀아요”라고 말하며 먼저 다가오는 아이들 덕에 다양한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뛰어놀다 보면 봉사활동이라는 생각은 곧 잊어버리고 마치 사촌동생들과 함께 놀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놀이 도우미를 하다 보니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이 또래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어머니의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뛰어놀다가도 함께 앉아 만화영화 이야기,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을 물어보며 아이들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어색해하다가도 조금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다 보면 일주일의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듯합니다. 헤어질 무렵 손을 흔들며 “다음 주에 꼭 또 와!”하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더 즐겁게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함께 ‘꼭 아이들 보러 자주 와야지!’하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한국어 수업 도우미 활동에서는 외국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쉬운 한국어를 사용하기도 하면서 외국인들에게 단어의 의미나 문장의 해석, 한국어의 발음 등을 알려드리는 활동을 주로 합니다. 한국어는 같은 뜻을 가진 말도 많이 있고, 어감이나 어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말이 많아 설명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발음이나 문법 등에서도 설명하기 난해한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 주로 사전을 찾아 그 내용을 보여드리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능숙하게 쉬운 단어로 풀어 설명해 드리기도 하고 먼저 용기 내어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조금씩이나마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지는 저를 보며 ‘봉사를 하며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어를 배우시는 분들께서 가끔 “한국어는 정말 대단하다. 세종대왕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런 언어를 모국어로 구사한다는 것이 부럽다”고 말씀하십니다. 평소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과학적인 한국어를 다시 한 번 느끼며 우리 언어의 우수성에 괜스레 뿌듯해지곤 합니다. 처음 다문화봉사를 시작하였을 때에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도, 관심도 부족한 저였지만 지금은 다문화에 대한 많은 애정과 배려의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다문화봉사란 새로운 배움의 길이었습니다. 봉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많은 자부심을 느꼈고,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게 되었으며 한국인으로써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보다도 한국을 사랑하는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을 통해 한국의 좋은 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제가 만난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은 누구보다 활달하고 밝은 분들이었지만 가끔 책이나 뉴스에서, 혹은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직접 말씀해주시는 어려움에 대하여 들을 때면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서 살기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언어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상처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죄송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단지 어머니가 외국에서 오셨다는 이유로, 또는 생김새가 조금 이국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상처받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사회 속에는 아직 편견과 차별의 시선과 더불어 제도적인 어려움역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다문화 봉사단의 노력과 여러분의 관심을 통해 반드시 모두가 어우러지는 날이 올 것임을 믿습니다. 그 날까지 저희 순천그린피스 청소년 다문화 봉사단이 열심히 활동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순천효천고 2학년 전혜진
2013년 순천그린피스청소년다문화봉사단대표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