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빨리 와!

▲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벌에 쏘이고, 넘어지고, 떨어지고, 고열이 나는 등의 사고는 소방관은 자주 겪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큰 사고일 것이다. 그 때문에 신고 후 소방관을 기다리는 시간이 빨리 지나갈 것이다. 내가 급한 만큼 빨리 출동해 주기를 바라고, 출동이 더뎌질수록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순천에는 소방서 1개와 구조대 1개, 119안전센터 6개, 119안전센터 내 구급대 8개가 있다. 순천시의 면적은 인구 1000만이 되는 서울의 두 배 정도인데, 119안전센터와 구조구급대는 도심지에 집중되어 있고, 구급대는 승주읍, 낙안면, 주암면 등 외곽지에 3개가 있다. 도심에서는 조금이라도 빠른 시간에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외곽지역은 소방서비스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구급출동, 00면 00리 벌에 쏘인 환자’

벌에 쏘였을 경우 심할 경우 ‘아낙팔라시스(알레르기 과민 반응)’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말벌에 쏘여 사망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새벽이다.
안개가 끼어 전방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도로는 편도 1차선, 급경사, 급회전, 방지턱이 많다.
농촌 지역 도로의 특성이다.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에 “왜 빨리 오지 않고 전화만 하느냐?’”며 전화를 끊어 버린다.
출동지령서와 네비게이션, 스마트폰에 있는 지도 등을 동원하여 간신히 찾아간다.
경광등을 켜고, 싸이렌을 켜도 응답이 없다.
전화를 하니 “늦게 와서 내 차로 병원 갔다. XXXX”
허망하다.

119출동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이뤄진다.
 1. 119종합상황실 신고 및 접수
 2. 관할 소방관서 출동 지령(개략적인 출동 상황 인지)
 3. 119종합상황실에서 신고자에게 위치 및 환자 상태 등 재확인
 4. 출동하는 소방차에 확인된 내용 무선 전파
 5. 출동하는 소방차에서 신고자에게 위치 및 환자 상태 등 확인(세부적인 내용)
 6. 현재 출동하는 소방차량(구급대)으로 가능한가? 응원 출동 여부 확인
 7. 현장 도착(응급처치 및 이송병원 선택)

출동에서 신고자와 소방관들 간의 갈등은 3번과 5번의 환자의 상태 및 위치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신고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출동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계속 위치와 환자상태를 확인하고 있으니 화가 날 수도 있겠다. 반대로 출동하는 소방관 입장에서 보면 신고 접수된 장소가 정확한가에 대한 확인이 최우선이다.

신고 접수를 받는 곳은 119종합상황실로 전라남도 전체에 대한 119신고를 받아 출동을 지령한다. 출동지령을 내릴 때 신고자의 신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개략적인 위치와 상태만 전달된다. 우선 출동하게 하고, 세부 위치와 환자 상태를 확인하여 출동하는 소방차에 전파한다. 실제 응급처치를 하거나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대원으로 다시 한 번 위치와 환자의 상태 등을 재확인한다.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첫 단계는 정확한 지점에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며, 두 번째로 환자에게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고, 세 번째 응급처치와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 출동은 하지 않고 전화만 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발생한다. 위치를 재확인하는 소방관에게 “왜 빨리 안오고 전화만 하느냐?”, “여기도 못 찾느냐?”, “알아서 찾아와라” 등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 출동하는 소방관을 당황하게 만든다.

다시 한 번 당부하지만 정확한 위치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