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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토 대비 도로율이 세계 1위인 나라다. 그만큼 도로가 넓고 많다. 또 다른 통계로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 1위 국가다. 도로는 위험하다. 그렇지만 승용차는 계속 증가하고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외면한다. 일례로 시내버스는 적자에 허덕이고,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멈출 수 없기에 세금으로 적자를 메운다.

시민의 세금으로 버스 업체를 지원하는 것은 합당한가? 교통 약자인 학생, 노인, 오지 주민 등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의 현 상황은 어떤가? 시내버스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은 잘 실행되고 있는가? 순천광장신문 기획위원회에서는 순천을 오가는 시내버스의 현 상황과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 시내버스 운행의 최전선에 있는 운전기사와 동행 취재를 통해 시내버스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이를 통해 시민이 편리하게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프랑스 사례를 참고하여 모색해 본다.



승용차의 급격한 증가와 시내버스의 적자
2006년에서 2015년 8월 현재까지 순천시의 세대수와 승용차 대수, 승합차 대수를 비교하여 보면 각각의 증가율 편차를 확인할 수 있다. 순천 시내 거주 세대수는 완만한 상승을 보이지만, 승용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버스를 포함한 승합차는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시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에서 개인교통수단인 승용차로 이행하는 것은 편의성의 증대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교통 혼잡, 주차난 가중, 유류 소비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순천 시내버스의 현황

시내버스 연간 약 2천만 명 이용
1대당 하루 약 39만 원 수입
1대당 1일 운송원가 약 44만 원
매일 1대당 약 8만5천 원 지원금 보조

순천시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 노선은 총 62개 노선으로, 순천교통이 115대의 버스로 31개 노선을, 동신교통이 49대의 버스로 22개 노선을 또 보성교통이 6개, 구례여객이 3개 노선을 운행한다. 이 중에는 벽지노선 29개와 비수익노선 3개를 포함하고 있다.

2015년 8월경에 조사한 운송수입금을 살펴보면, 순천교통 시내버스 1대당 하루 운행하면 평균 39만여 원을 벌었다. 이중 교통카드가 약 82%, 현금은 약 18%를 차지하였다. [2015년 시내버스 경영진단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1년 동안 순천교통이 벌어들인 운송수입금은 총 155억 원가량으로 추정한다. 이는 2014년에 비해 약 1천만 원 정도 줄어든 것이다.

 
운송 원가에 이윤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순천교통은 약 31억 원, 동신교통은 약 23억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남 도내 타 시군과 비교하면 순천시의 경우 1일 1대당 운송원가가 441,820원으로 전남 도농통합 시의 평균보다 5,575원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시보다 노무비가 10~20% 높은데, 이는 운전기사들이 낮은 월급을 추가 근무와 시간 외 근무로 벌충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순천시는 시내버스의 적자를 재정지원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이러한 재정지원금은 전체 운송원가의 20.52%(1대당 8만5천 원가량임)로 여수나 목포와 비슷한 수준이다. 순천교통은 1대당 매월 약 234만 원(원가의 20%)을, 벽지노선이 많은 동신교통은 약 370만 원(원가의 43%)을 보조금으로 받았다.


시내버스의 이용을 쉽고 빠르게 하기

시내버스 이용객 점차 증가
버스 운행 상황 실시간 검색 가능
마을버스, 어린이 교통카드 등 준비 중

순천시의 시내버스는 시청 교통과에서 담당한다. 교통과 전문직 신동철 씨는 “재정지원금은 비용이 아니라 시민 서비스 차원의 교통 복지 충당금으로 봐야 한다”면서, “시내버스 이용객이 2005년 입사 당시 하루 5만 명에서 작년에는 5만 8천 명으로 늘었다. 무료 환승 인원이 하루 4천 명 정도 된다”고 시내버스 서비스의 개선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수년 전보다 요즘 순천 시내버스는 쉽고 편하며, 빠르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무료 환승 시간을 1시간으로 늘려 환승 이용객의 편의를 증진하였으며, 교통카드 할인, 학생 할인 등으로 시내버스 이용객의 요금 부담을 가볍게 하였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바람막이와 발열 의자를 설치하고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순천교통관제센터를 설립하고 버스정보시스템(BIS)를 설치하여 실시간 검색 기능으로 버스 도착 시간과 운행 여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시내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순천시 교통과에서는 금년 중으로 원도심 공마당길을 경유하는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신도심의 한국병원 근방을 운행하는 마을버스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교통신호체계를 버스 위주로 변화시키고, 어린이는 무상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교통카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재정지원금을 보다 객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현재 운용 중인 BIS에 타코시스템(차량용 운행기록계)을 접목하여 더욱 정확한 통계를 확보하려고 준비 중이다.


보다 편하고 빠른 시내버스

노선굴곡도, 중복도 감소 시급

문제점 알고 있지만 개선 안 돼
책임자의 능력이 필요한 시점
승용차 이용객, 버스로 전환 반안 유도

시내버스 이용을 꺼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순천 시내버스는 특히 버스 노선의 굴곡도가 심해서 목적지까지 곧바로 가지 않고 돌고 돌아간다. 노선 굴곡도가 155.41%에 이르는데, 이는 직선으로 가는 것에 비해 1.5배 이상 돌아간다는 수치다. 또한 노선의 중복도가 높아 순천역에서 웃시장까지의 버스정류장에는 많은 버스가 줄지어 운행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노선의 중복도는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소외지역을 만들고, 배차간격을 넓히는데도 영향을 끼친다.

 순천시내 주요노선도

문제는 이와 같은 사항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 있는 당국자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무려 5년 전에 발표된 용역보고서에서 지적된 권고사항이 아직 시정되지 않는 이유는 책임자의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승용차의 이용 증가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뿐만 아니라 매연이나 주차난 등 도시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생태도시에 걸맞은 교통체계의 확립을 위해 시내버스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강상욱 위원은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구축을 목표로,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버스 체계의 안정화와 효율성을 추구하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늘어나는 출퇴근용 승용차를 대체할 수 있도록 시내버스, 자전거 등의 미래지향적 대중교통 체계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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