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소방관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에 사명감을 느낀다. 매일 반복되는 출동에도 성실히 맡은바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이런 소방관을 힘들고 슬프게 하는 일도 있다.

아침7시, ‘00면 00마을 000씨 댁 구급출동’

야간근무를 하던 어느 날 상황실에서 떨어진 구급출동 지령이다. 출동 지령을 받은 구급대원들 얼굴에서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또야!”

그러면서도 신속히 출동했다. 어느 구급대라도 두어명의 고정환자가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출동해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겠지만 혼자서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병원으로 이송해달라는 요청이다.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왜, 아침 7시에 병원을 가려는 것이냐?’이다. 응급환자라서 응급실에 가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병원에 일찍 가야 줄을 서지 않고 빠른 시간에 진료를 받고 약을 탈 수 있어서이다. 또 병원에서 진료를 일찍 마치면 시장에 들러 집으로 돌아오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구급차량을 택시처럼 이용하는 것은 구급대원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응급환자에게 피해를 끼친다. 한 번은 구급대가 출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출동지령이 내려졌다. 이미 근거리에 있는 119안전센터는 환자를 이송하러 갔기 때문에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구급대를 출동시켜야 했다. 긴급한 상황으로 판단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펌프차량을 먼저 출동시켜 더 큰 위험을 방지해야 했다.

차량 2대가 충돌한 사고로 긴급을 요하는 환자는 1명이었고, 3명은 가벼운 경상이었다. 펌프차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소방차이지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해 지혈과 몸을 고정하는 정도의 응급처치 밖에 할 수 없다. 잠시 후 구급대가 도착하여 함께 구급차로 환자를 옮겼다.

119구급대는 3~4개 읍․면․동에 한 개의 구급대가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출동하면 그 이후에는 출동 공백이 발생한다. 응급하지 않는데도 출동을 요청하면 정작 응급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00동 00건물 위해동물 제거 출동’

종합상황실에서 위해동물에 의한 긴급상황이라며 구조출동 지령을 내렸다. 출동하면서 신고자에게 위치와 상황을 물어 보니 신고자는 놀라 있었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신속하게 출동하였다. 각종 포획장비를 들고 신고가 접수된 사무실로 들어가니 신고자는 책상위에 올라가서 안전부절 못하고 있었다. 위험한 동물이 보이지 않아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건물 한쪽 구석을 가리킨다. ‘어떤 동물이냐?’고 재차 물으니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저쪽 구석에 바퀴벌레가 있어서 무서워서 신고했다”고 한다. 놀라서 출동한 우리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사무실 주변에 신체 건강한 남자들이 여러 명 있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신고자를 안심시키고 돌아섰지만 복귀를 하면서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필자의 경우 바퀴벌레, 말벌, 나방과 같은 곤충들부터 생쥐, 뱀, 도마뱀과 같은 작은 동물, 고양이나 개와 같은 중형 동물, 사슴, 소, 엘크, 말, 당나귀와 같은 대형 동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해 동물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출동을 해봤다. 조그만 동물이라도 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동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문제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곤충들까지도 출동을 요청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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