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이 틀 무렵,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나가보니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앞 골목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 신고하러 왔다는 것이다. 내부에 설치된 출동 벨을 눌러 구급대원을 출동시키고, 종합상황실에 내용을 전파하였다.

현장은 사무실에서 200m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환자는 60대 후반의 할머니로 새벽에 일을 하다가 자신의 집 앞 평상에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더운 날씨를 피해 새벽에 밭일을 하러 나가던 신고자의 눈에 띈 것이다. 곧바로 순천 00병원으로 이송을 하려 하는데, 보호자가 없어 신고한 사람이 동승하였다. 환자 발견이 몇시간 더 지체되었다면 사망에 이를 수 있었는데, 다행스런 일이었다. 환자는 우측 마비증상으로 장기간 입원이 필요하다고 전해 들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다가 새벽녘에 신고를 하셨던 할머니를 만났다. 아침에 고생하셨다는 말과 함께 어디 다녀오시냐고 물었더니, 보호자가 없어 병원까지 따라갔다가 환자의 딸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집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2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는데, 구급 출동 벨이 울렸다. 00면 00마을에 사는 노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였다. 출동을 다녀온 구급대원에게 뒤늦게 사고 내용을 전해 들었다.

환자는 몸이 불편한 60대 초반의 아저씨로 지병이 있어 잘 돌아다니지를 못하고 혼자 사는데, 옆집에 살던 아주머니가 2일 정도 보이질 않아 안부 확인 차 환자의 집에 들렀다가 숨을 쉬지 않아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환자는 사망했는데, 집 안에 있는 화장실 문 바로 앞에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화장실에 가려다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쓰러진 채 2일 정도 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쓰러지면 보통 사람도 큰 충격을 받는다. 특히 지병이 있는 환자는 자력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장시간 엎어져 있으면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언론에서 고독사 사례를 보도하는 일이 많아졌다. 많은 농촌마을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홀로 생활하는 노인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홀로 생활하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건강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생활형편 등의 사정으로 자녀들이 노인이 된 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노부모의 건강을 걱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자식들이 노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다 보니 이웃이나 관공서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 만약 우리의 부모가 홀로 쓸쓸히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면 자식들의 속이 얼마나 상할까? 아마도 남은 인생을 회한으로 살지 않을까?

요즘은 노인을 상대로 하는 범죄가 많아 휴대폰을 장만해 드리는 것도 쉽지 않다. 휴대폰을 사드릴 때는 자녀나 친지들, 마을 주민, 관공서(마을이장, 면사무소, 치안센터, 119안전센터, 보건소 등)의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이외의 전화는 받지 않도록 당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매일 찾아뵙는 것은 힘들지만,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마을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도록 당부를 하거나, 마을에서 외지로 나가서 살고 있는 모든 자녀들과 서로 연락을 해서 한 달에 한번이라도 돌이가면서 마을을 방문해 어르신의 건강상태 등을 공유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된다.

지방자치단체나 치안센터, 119안전센터, 보건소 등에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촌에서 생활하는 노부모나 이웃에 사는 노부부의 안부를 챙겨주는 것이 현대적 방식의 효(孝)고, 이웃 간의 정(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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