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영웅(hero)하면 슈퍼맨을 떠올릴 때가 있다. 하지만 슈퍼맨도 약점이 있다. ‘크립토나이트’라는 물질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에 대하여 주저하거나 회의를 느끼는 인간적인 면도 있다. 영화에서의 슈퍼맨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긴급번호는 ‘119’이다. 국민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언제든지 부르고, 부르자마자 달려가는 슈퍼맨이 바로 소방관이다. 업무 특성상 낮과 밤, 휴일과 평일, 장마나 폭우, 가뭄 등 자연 재해의 구분이 없다.

그런데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일반 시민이 위험에 처한 사람이나 생명을 구하면 언론에서 극찬을 한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소방관들은 어떤가? 국민이 위험에 빠졌거나 재산의 피해가 예상될 때 호출하는 것이 ‘119’이고, 국민의 요청에 부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만큼 국민의 신뢰도 많이 받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

지구를 구하는 슈퍼맨에게도 약점이 있는데, 소방공무원에게는 무결점을 요구한다. 소방관도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빨리 구조현장에 도착해야 하고, 전문가로서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당연한 업무도 장애물이 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소방 조직도 지휘자와 함께 이제 갓 입직한 신입 소방관까지 각자가 맡은 업무와 위계질서가 있다. 그리고 소방관의 개인의 역량에 따라 업무 분담이 이뤄진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다. 자신의 장점은 극대화하려 하고, 약점을 보완해 나가며 완성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런데 왜? 소방관에게는 무결점을 요구하고, 모두에게 전문가적인 능력을 요구하는가? 우리 소방관들도 사람이기에 약점도 있고, 개인차에 따른 능력의 한계가 있다.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이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필자도 재난 현장에 출동했다가 어린 생명을 살리지 못한 아픔을 여러 번 겪었다. 그것이 소방관 개인의 한계였는지, 조직의 한계였는지, 아니면 상황의 한계였는지 생각해 봤다. 필자의 경우는 출동이 늦었거나 개인적인 구조 능력이 부족해서 그와 같은 아픔을 겪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출동하는 곳이 20분 이상 움직여야 하는 거리에 있었고, 필요한 장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지만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떠올려진다. 지금은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라 통칭하지만, 필자의 경우는 자주 나타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만 떠올려진다. 앞으로는 그때와 같은 일은 반복하고 싶지 않다.

모든 국민이 좋은 소방서비스를 받으려면 소방서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 소방서를 설치해 어려움을 당했을 때 빨리 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원 부족으로 소방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예방하려면 소방관을 더 보강해야 한다. 소방관의 피로가 누적되면 구조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소방관의 자긍심도 상처를 입게 된다.

국민의 기대처럼 소방관이 완벽하게 소방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제도적 뒷받침도 함께 되어야 한다. 소방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영웅이 되어 가는 것이지, 무결점의 영웅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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