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지난 7월 14일 전라남도의회 회의실에서 ‘전라남도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참여한 필자는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노동권에 대한 관심이 낮았음을 반성했다. 아들이 대학 재학 중 아르바이트 해서 용돈을 벌어 쓴다 해도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근무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번듯한 본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아르바이트에는 무관심하다.

아르바이트 참여 비율은 전국 고등학생의 4분의 1이며, 특성화고는 50% 정도라고 한다. 학업중단 청소년은 68.8%나 경험한다.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강사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남의 특성화고 학생들은 지난해 48.9%, 올해는 54.1%가 참여했다.

아르바이트는 재학 중인 학생이나 본업이 있음에도 부수적으로 하는 경우를 말하지만, 전일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전업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나 부모들은 이를 가볍게 여기고 빨리 벗어나기만을 바란다. 부모와 본인이 가볍게 여기는데, 사업주가 얼마나 잘 보살피겠는가.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아르바이트 노동 청소년의 아픔이 깃들 수밖에 없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절반을 차지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부터 문제다. ‘야, 알바생! 알바 시작한 지 얼마 됐냐, 잘 해라’ 하는 잔소리가 많다. 격려가 필요한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언행이 쉽게 나온다.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하인 취급하고, 일회용 노동자로 천시하는 풍토가 있다. 시민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악덕 사용자들은 장기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상처의 그늘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행정과 사법기관의 감시와 단속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유해 환경 감시단’의 활동에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고용 현황을 살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실태조사에 일부 드러난 것처럼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와 인격적 모독을 겪으며 정신적 상처도 많이 받는다. 사회생활 초년에 온갖 어려움에 시달린 세대는 부정적인 가치관과 윤리관, 생활방식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불안한 일자리와 실업자가 된 청소년들은 자살 위험도 높아진다.

따라서 청소년을 상담하고 일자리를 안내하는 일이 중요하다. 각 시․군에 설치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24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시·군의 정신건강지원센터와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같은 곳에서는 아르바이트 청소년노동자의 상담과 취업 알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라남도에는 22개 시·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있고, 그 중에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16개소(목포, 여수, 순천, 나주, 광양, 담양, 곡성, 보성, 강진, 해남, 무안, 함평, 영광, 장성, 신안, 미래재단-목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지도자들의 교육에 노동인권 교육을 넣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어서 상담복지센터와 수련시설의 지도자들 교육에도 노동인권 교육을 더해야 하겠다.

다행스럽게도 전라남도는 지난해에 ‘전라남도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를 제정했고, 8월부터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 상담과 교육이 이뤄지고, 노동인권 보호 민관협의회도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

니체는 ‘직업은 인생의 척추다’고 했다. 본업이나 아르바이트나 생활의 뼈대가 되는 노동권의 보장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청소년은 직업 현장에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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