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한낮의 온도가 35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계절이 왔다. 야외활동을 할 때의 열사병, 일사병, 냉방병 등을 주의해야 한다. 또 주의력 부족이나 졸음이 잦아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고, 작업 중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온도 조절이 필요하다.

뜨거운 여름철의 화재진압은 매우 힘든 일이다.
“화재출동! 00동 00번지 주택화재. 내부에 요 구조자 추정”

온도가 30도를 넘어섰는데, 출동 명령이 내려졌다. 방화복과 장화를 착용하고, 차량에 올라 화재가 난 곳으로 출동한다. 방화복을 착용한지 3분도 지나지 않아 벌써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차량 에어컨을 끄고 올라가야 한다.

저 멀리 시꺼먼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건물 내부에 요 구조자가 있다는 최초 정보에 마음은 다급해진다. 출동을 하는 중에 방화복, 공기호흡기와 면체, 방화두건, 헬멧, 장갑을 착용하고, 휴대용 무전기와 랜턴을 장착했다.

우리가 선착대(제일 먼저 도착한 소방차량)다. 소방력(소방차량과 소방대원)이 증원될 때 까지는 몇 분 정도가 걸릴 것이다. 건물 내부에 요 구조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 상황에서 화재진압은 주변 건물로 연소되는 것을 방지하고, 또 다른 호스로 화염을 방어하면서, 화염이 분출되는 건물 내부로 조심스럽게 진입을 시도한다. 방화복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가 전달되어 온다. 공기호흡기로 숨을 쉬는데 마른 압축공기라서 목이 메말라 온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무전을 통해서 요 구조자는 밖으로 대피해서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제는 화재진압만 하면 된다. 치솟던 화염을 잠재우고 남아 있는 잔불만 진압하면 된다. 관창을 분무로 조정하고, 더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지퍼를 내려 몸 안에도 뿌려 넣는다. 가보지 않은 천국이 따로 있을까? 시원한 물줄기가 몸 안으로 들어올 때의 느낌이 천국에 간 느낌이 아닐까?

잠시 뒤 교대를 하고 건물 밖으로 나와 개인안전장구를 벗으니 몸이 날아 갈 것 같다. 밖의 온도가 30도를 넘어섰지만 소방관에게는 시원하게 와 닿는다. 동료가 전해준 생수로 목을 축인다.

여름철 뜨거운 작업현장에서 일하는 직업이 있다. 참숯을 생산하는 곳은 1300도를 넘는 가마에서, 유리공예품을 만드는 곳은 1600도를 넘는 용광로에서, 무쇠를 만드는 주물공장은 1500도가 넘는 용광로에서 작업을 한다. 이들 작업장은 바깥 온도가 30도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시원하게 느껴질 것이다. 작업장에서의 체감온도가 50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대원의 개인안전장구의 무게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장착한 무게가 약 20kg이고, 휴대용 무전기와 랜턴, 도끼, 호스와 관창을 휴대하였을 경우 10kg이 추가 된다. 방화복은 외부로부터의 화염과 열기를 방어하기 위하여 제작된 것이어서 내부에서 발산하는 열 또한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방화복을 착용한 후 몇 분이 지나면 몸에서 발산하는 체열로 인해 뜨거워진다. 체열을 측정하면 42도까지도 올라갔다. 이 경우 열사병과 일사병을 주의해야 하는 단계이다. 그래서 밖의 온도가 아무리 덥더라도 방화복을 벗으면 시원하게 느끼는 것이다.  소방관보다 더 덥거나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소방의 화재진압 현장은 덥다고 해서 쉴 수 없다. 아무리 뜨겁고 힘들더라도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인내하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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